주식시장 한파가 이커머스 업체를 덮쳤다.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을 거머쥘 '유력 후보' 컬리가 올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하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컬리를 제치고 올해 국내 증시에 입성할 첫 주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유력한 업체는 오아시스마켓과 11번가가 거론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마켓(이하 오아시스)과 11번가는 모두 올해 IPO 신청을 목표로 한다.
IPO행을 선택한 이유는 제각각이다. 오아시스는 지난달 30일 예비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올해 6월 안에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심사승인 효력이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아시스는 이커머스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흑자경영을 유지해온 점이 강점이다. 실제로 연간 영업이익은 △2019년 10억원 △2020년 97억원 △2021년 57억원을 거뒀다.
모회사인 지어소프트(오아시스 지분 55% 보유)와 정보기술(IT)·광고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오아시스가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기업가치는 1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작년 6월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3%를 330억원에 인수할 당시 인정받은 기업가치 역시 1조1000억원이다.
11번가도 하반기 IPO 문을 두드린다. 2018년 올해 상장을 조건으로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H&Q코리아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예비심사 청구 시점은 올 9월로 예상된다.
높은 거래액은 상장 평가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다. 11번가의 작년 연간 거래액은 11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컬리(2조원)와 비교했을 때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용자 수 역시 장점이다. 모바일 앱 월간 순이용자 수(MAU)는 지난해 11월 기준 월평균 1000만명을 돌파하며 쿠팡과 맞먹는다. 11번가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3조~4조원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예상된 몸값은 2조원이다.
걸림돌은 수익성 악화다. 11번가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1079억원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몸값은 더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올해 수익성 반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증시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을 설득해 상장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예상보다 낮은 기업가치를 받게 되면 그 손해는 투자자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예정대로 연내 상장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입성할 이커머스 업체로 오아시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면서 "흑자경영을 해왔고 '그로서리 전문' 온라인몰로서 자신의 입지를 잘 다져왔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에서 올해 상장을 추진한다면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 설득을 통해 다른 해결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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