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는 1개의 선거구에서 2인에서 4인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다. 사표가 감소하고 소수당의 원내 진출이 용이하지만, 양당은 '텃밭' 유지를 못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의힘에서는 영남권 의원들의 반대가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영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지율이 좀 나오다 보니까 국민의힘이 영남권에서 잃는 의석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지역별 득표율을 보면 부산에서 윤 대통령은 58.25%,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38.15%의 득표율을 얻었다. 반면 그는 "민주당이 호남에서 국민의힘에 뺏기는 의석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얻는 득표율은 10% 내외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윤 대통령의 득표율은 광주에서 12.72%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기존 세력의 유입으로 이 대표 측 주도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 소장은 "천정배 전 국회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돌아오게 되면 당이 분열되고 (이 대표) 지도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야 간 복잡한 셈법, 선거구 획정 시한까지 100일도 채 남지 않아
이에 따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곧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학자로서 선거구제 개편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여야의 극한 진영 대결을 끝내기 위해서는 다당제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면서도 "자신이 당선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로 선거제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또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정당·의원 간 유불리는 물론 시간도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입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은 4월 10일까지로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해보니 거대 양당 96%...비례대표제 확대 등도 이뤄져야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더라도 양당 정치 집중이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례대표제 확대, 권력 구조 개편' 등 전반적인 것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에 따르면 '6·1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30개 기초의원 선거구 당선자 109명 중 소수정당 후보는 4명(3.7%)이었다. 나머지 96.3%는 거대 양당의 후보였다.
박 평론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없이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특정 정당이 독점을 할 수도 있다"면서 "비례대표제를 100석 정도로 만들어야만 3·4·5번도 국회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해야만 "꼼수·위선 정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선거구제를 바꾸자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을 최대한 동일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총선 전국 득표율이 45%로 1위인데, 의석은 전체 의석수 중에 65%를 차지한다면, 그건 과대 집계된 것"이라며 "민의와 표심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례대표제, 권력구조 개편 등을 다 오픈 마인드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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