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락으로 급락을 겪었던 은행주의 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은행 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도 10%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인한 영업 확대와 주주환원 강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향후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연초 이후 11.16% 상승했다. KRX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지수의 뒤를 이어 높은 상승률을 쓴 것도 KRX 300 금융(7.79%) 지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0.42% 올랐다.
주요 은행주의 주가가 오르면서 지수도 상승 폭을 키웠다. 연초 이후 하나금융지주는 15.78%나 올랐다. KB금융(14.66%), 신한지주(13.09%), JB금융지주(9.36%), 카카오뱅크(8.58%) 등 대부분이 연초 이후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은행 종목에 투자하는 'TIGER 은행'(10.46%), 'KODEX 은행'(10.40%) 등 상장지수증권(ETF)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수급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KB금융(975억원), 하나금융지주(895억원), 신한지주(676억원) 등을 주로 사들이며 은행주를 집중 매수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주에 훈풍이 분 건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이 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일 대출·세제·청약은 물론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까지 완화하는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서울·경기의 규제지역 완화 지역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에서 70%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은행권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 움직임도 주가 상승의 재료가 됐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7개 금융지주사에 각 금융지주는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보통주 자본비율이 13%에 이를 때까지 매년 꾸준히 적립해 나가되, 13%가 넘으면 이를 전액 주주환원하라고 요구했다.
국내 은행의 낮은 주주환원율은 주요국 은행주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주요 금융지주는 배당성향 상향,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 조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해외 은행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지주는 최근 2023년 경영포럼을 열고 자본비율을 12%대로 유지하고, 이를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환원을 원칙으로 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필요하겠지만 회사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 나왔다.
증권가에선 자본비율과 자산건전성이 담보된다면 높은 배당성향을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인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역시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신한지주와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랜만에 은행주에 훈풍을 불어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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