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반도체 지원법이라고 불리는 대만 산업혁신법 개정안 공포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대만 정부가 반도체 기업 세액 지원에 참여하면서 반도체 지원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8일 복수의 대만 매체에 따르면 대만 산업혁신법 개정안이 7일 입법원의 3독회(우리 국회의 상임위원회 의결에 해당)를 통과했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입법원은 총통에 해당 법안의 공포를 요청하고 행정원에 송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최초 발의된 대만 산업혁신법 개정안은 반도체를 비롯해 5G, 전기차 등 글로벌 공급망 내 주요 첨단 산업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25%를 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대만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원 혜택으로, 해당 법안의 시행 시기는 2023년 1월 1일부터 2029년 12월 31일이다.
대만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를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미국 등 경쟁국이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면서 쫓아오자 정부 차원의 반도체 지원법을 꺼내들었다. 법안이 공포되면 반도체 기업의 R&D 비용에 대한 세액 공제율이 기존 15%에서 25%까지 오르게 된다. 첨단 장비 투자는 추가 5% 세액 공제가 제공된다.
대만에 R&D 센터나 관련 자회사를 설립한 외국 기업도 법인세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대만 기업에 반도체 기술 진흥을 돕는 것뿐 아니라 해외 기업의 반도체 투자까지 유치하겠다는 의도다. 앞서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은 해당 법안의 목적은 대만의 연구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산업과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업혁신법 개정안이 입법원의 3독회를 통과하면서 후속 작업 절차가 주목된다. 대만 매체 타이완포스트는 대만 경제부가 후속 작업에 대해 6개월 이내에 재무부와 함께 하위 대책 마련을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적용 부분의 규모, 용어 정의 등 세부 사항과 관련해 국내외 산업 상황, 주요 회사의 R&D, 산업연구개발 등을 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이 공포되면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이 최우선적으로 수혜를 받을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59% 시장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삼성전자(12%), UMC(7%) 등이 이었다. TSMC와 UMC는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는 대표적인 대만 반도체 기업인 만큼 해당 법안의 지원을 톡톡히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에서 35%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디어텍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산업혁신법 개정안 공포가 가까워지면서 세계 각국의 반도체 지원 경쟁은 더욱 격화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에 5년간 2800억 달러(약 375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 과학법'을 공포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과 연구를 지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백악관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법안 이후 삼성전자, TSMC 등은 미 본토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지난해 2월 450억 유로(약 62조원)에 달하는 ‘유럽 반도체 법안’을 제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현재 9% 수준인 유럽의 반도체 생산량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도 도요타와 소니 등 자국 업체 8곳이 동시 출자해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자 700억엔(약 6500억원)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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