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모든 금융업계와 협의해 전세자금을 빌렸던 차주를 지원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전세자금과 관련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하고 있는데,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해 지원할 수 있는 상품을 금융권과 같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앞서 경기 경착륙을 방지하고,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소득 제한을 없애고, 한도를 늘리는 등 혜택을 확대해 왔다. 이렇듯 대책의 수혜는 주담대를 이용한 '영끌족'으로 집중됐고, 전세대출의 경우 정책적 지원이 적고 조건도 까다롭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당국에선 만기도 짧고 '주택'과 같은 담보물도 없는 전세대출의 특성상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해 왔다.
이렇듯 전세 세입자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미비한 사이 전세대출 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세대출 금리는 4.88~6.98%(신규코픽스 6개월 변동 기준)를 기록 중이다. 최근 당국의 압박으로 7% 중반에 달했던 전세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상단은 6%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전세대출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대출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62조원에 달했는데, 이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무려 151조5000억원(93.5%)에 달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의 비중이 매우 높다. 지난해 6월 말 은행권에서 전세대출을 이용한 20·30대 차주는 각각 30만6013명, 54만2014명으로 전체의 61.6%를 차지했다.
이렇듯 전세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수요자 계층이 많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의 역풍으로부터 피해를 덜 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담보물이 없는 등의 여건을 고려할 때 전세 세입자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상당히 정교한 정책 고안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현재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데, 전세대출 관련 보증기관의 보증료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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