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發 불법 자금 추적'에 초점..."최종적인 돈의 종착지가 중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사진=연합뉴스 ]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김만배씨가 벌어들인 수익 행방 추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김씨의 불법 수익 은닉을 도운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와 최우향 쌍방울그룹 전 부회장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이사를 겨냥하면서 김씨의 은닉 자금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최근 이씨를 소환해 화천대유와 김씨 사이의 자금 거래 내역 등을 확인했다. 이씨는 김씨의 성균관대 후배로, 2015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6년 넘게 화천대유 대표이사를 지냈다. 이 기간 김씨 지시를 받고 화천대유의 자금 관리를 총괄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1호, 그리고 김씨와 이씨 사이에 이뤄진 자금 거래가 각종 로비 자금 마련, 자금 세탁, 은닉 등에 동원됐을 것으로 의심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결국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돈의 종착지가 어디냐에 따라 '주범'이 밝혀질 수 있는 부분이다"고 분석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화천대유에서 2015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약 102억원을 빌린 뒤 이자를 포함해 모두 갚았다. 이씨는 검찰에 62억~66억원은 김씨 부탁을 받고 본인 명의로 차용해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검찰에 김씨가 돈을 다 쓰고 자신에게 돌려줬는데, 이를 화천대유에게 변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검찰 조사에서 102억원 중 6억에서 10억원 가량은 접대비 등 회사 업무 용도로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이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채무를 김씨가 대신 변제해주는 과정에서도 '부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2019년 천화동인 1호에서 133억원을 빌리고, 화천대유에 빌린 돈을 갚았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에서 빌린 금액 일부를 이씨가 천화동인 1호에 진 빚을 대신 갚았다. 이씨는 또 대장동 사업 초기에 중소 건설사 대표 A씨에게 30억원을 빌렸고, 이자를 포함해 70억원을 갚았다. 이때도 김씨가 천화동인 1호에서 빌린 돈이 사용됐다. 

화천대유는 2019년 4월 A씨와 대장동의 테라스하우스 개발사업과 관련한 50억원의 건설사업관리(PM) 용역을 맺었다가 이듬해 4월 해지했다. 이후 30억원을 A씨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A씨는 1년 간 PM용역 관련 업무를 한 사실이 없었다. 검찰은 이에 이들 간 부정한 목적으로 자금 거래가 이뤄진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에선 최근 검찰이 김만배씨의 최측근인 이한성씨와 최우향씨를 기소하고 이성문씨를 부른 건 '김씨의 압박용' 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진술 변화를 끌어내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오는 13일 약 한 달 만에 '대장동 배임 재판'에 출석하는 김씨가 지금까지와 다른 태도 변화를 보일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한편 검찰이 최근 김씨의 진술을 끌어내기 위해 그의 사건을 맡고 있는 대형 법무법인 B에 100억원대 수임료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김씨가 법무법인 B에 100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줬다는 건 오래 전부터 떠돌았던 얘기"라면서 "검찰이 서서히 김씨를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