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을까. 연초부터 기업들의 자금 조달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AA등급 우량 회사채가 발행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아직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AA와 A등급 회사채 간 양극화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등급 AA(안정적)인 롯데제과는 이날 15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1000억원, 5년물 200억원이다. 앞선 회사채 흥행에 이어 롯데제과도 수요예측에 성공할지 관심이 높다.
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엔 수요예측 흥행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측 지급보증과 채안펀드 도움으로 모집액을 간신히 채웠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다르다.
새해 첫 수요예측 타자로 나선 KT가 산뜻한 출발을 했다. 신용등급 AAA(안정적)인 KT가 진행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2조88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이마트(AA)도 2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1조175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지난 5일 실시된 포스코(AA+)의 3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모집금액의 10배 이상인 3조9700억원이 쏟아졌다. 2012년 국내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후 최대 규모다. 포스코는 회사채 흥행으로 발행 규모를 최초 신고 물량 대비 두 배인 최대 7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 LG유플러스(AA)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총 3조2600억원의 주문을 접수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0월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당시 1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된 탓이었다.
한편에선 회사채 발행시장 강세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가 완전히 마무리되기도 전에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안정화 대책과 연초 기관투자자 자금이 집행되는 연초 효과 때문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신용 스프레드 축소가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격차다. 이 수치가 커지면 시장에서 회사채 투자 위험이 높다고 본다는 뜻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에는 100bp(1bp=0.01%포인트) 수준이었다면 신용 스프레드는 레고랜드 사태로 178bp까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선 133bp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레고랜드 사태 이전에는 100bp(1bp=0.01%포인트) 수준이었다면 신용 스프레드는 레고랜드 사태로 178bp까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선 133bp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장 양극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조단위 자금을 끌어모은 건 모두 AA등급 우량채였다. 이달 수요예측이 예정된 기업 대부분이 AA등급이다. 이달 A등급 회사채로는 신세계푸드(A+)가 있다. 효성화학(A)도 이달 중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A등급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 축소 속도는 AA등급 대비 절반 수준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둔화에 따른 A등급 실적 저하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따른 A등급 건설사 신용도 우려 등 예년과 달리 A등급 회사채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며 "올해 1월 회사채 발행시장은 A등급 수요예측에 대한 자신감 결여와 눈치보기 작전으로 우량 등급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 간 발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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