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장·조립 등 부분 공사를 하는 전문건설업체 A사는 납품하는 다수의 대기업들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요구를 받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거래처들의 ESG 평가 요구가 늘어나고 그 수준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평가 대응에 인력‧비용 부담이 커서 이에 대한 단가 인상 등 비용 보전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2. 포장재를 다루는 중소기업 B사도 거래처의 ESG 평가 요구로 인한 압박을 느끼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제조 중견기업에 납품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ESG 평가에 응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평가 내용이 중소기업 수준에서 현실적으로 관리‧달성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을 요구한다고 느껴진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10곳 중 9곳은 협력사의 ESG 수준을 평가하는 등 ESG 경영에 대한 요구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곳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협력사에 인센티브나 페널티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협력 중소기업의 ESG 대응 여력이 미흡해 지원을 통한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 연속 ESG 평가를 실시한 대기업 17개사 중 평가 협력사 수를 공개한 14개사의 평가 대상 협력사 수는 평균 10% 증가했다. 대기업들이 평가 대상 협력사를 점차 늘려가며 공급망 ESG에 대한 관리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0곳 중 7곳 “ESG 평가 결과, 거래 반영”…‘페널티’ 많아
ESG 평가 결과는 협력사와 거래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은 평과 결과를 바탕으로 물량증대·물량 우선권 부여, 차년도 평가 가점·입찰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협력사의 ESG 경영을 독려한다. 반면 물량축소·입찰제한·거래정지, 시정조치요구·벌점부과 등 페널티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ESG 평가를 수행 중인 기업 26개사 중 18개사(69.2%)는 평가 결과를 인센티브·페널티 부여 등의 방식으로 구매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인센티브를 부여한 곳은 13개사인 반면, 페널티를 부과하는 곳은 16개사로 더 많았다.
ESG 평가 결과를 활용해 인센티브만을 부여, 협력사의 자발적 ESG 경영을 독려하는 회사는 3개사로 집계됐다. 페널티만을 부과해 협력사를 제재하는 기업은 5개사로 조사됐다. ESG 평가 결과가 협력사에 대한 페널티 요소로 더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ESG 평가항목 수는 최소 30개부터 최대 120개 이상으로 환경·안전·인권·보건·윤리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력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 또는 집계하고 있는 기업은 14개사(46.7%)이며, 나머지 기업들도 향후 측정 계획을 밝혀 탄소중립 관련 요구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ESG 평가 강화되는데…10곳 중 4곳 “지원 못 받아”
협력사들도 ESG 평가 강화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중 ESG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1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8.3%가 ‘대기업의 ESG 평가 수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30.5%는 ‘거래 대기업의 ESG 경영요구 수준 미달 시 거래감소·중지 등 거래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반면 ‘거래처 평가 우수등급 획득 시 거래량 증가·납품단가 상승 등 인센티브를 부여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4.1%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다.
협력사 측은 ESG 도입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대기업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응답 기업들은 대기업의 지원 필요 항목으로 ESG 관련 △시설·설비개선(20.4%) △자금(19.4%) △교육(10.2%) 등을 꼽았다.
하지만 정작 거래 대기업의 ESG 관련 지원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42.6%를 차지했다. 현재 대기업들이 주로 지원하고 있는 항목으로는 △교육(39.8%) △컨설팅(25.0%) 비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시설·설비·자금 지원’은 4.6%에 불과했다.
대기업들이 지원하고 있는 항목의 실제 활용 비율도 대체로 낮게 나타났다. 대기업의 지원사항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우리 회사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44.4%) △실질적으로 도움 안 됨(27.8%) △상환조건 등 지원요건 부담(16.7%) 등을 꼽았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대기업의 평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소 협력사들에 대한 교육·컨설팅·시설·비용지원 등의 지원이 수반돼야만 대‧중소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시가총액‧매출액 상위 주요 대기업 30개사(공기업 3개사 포함)의 지속가능 경영보고서 분석과 ESF 평가 담당 부서 설문 및 대기업 협력사 108개사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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