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 방향을 틀지 않으면 건너가서 항의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 측 집회 참석자)
10일 ‘성남 FC 불법 후원금 사건’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원지검 성남지청 출석을 앞두고 성남지청 앞은 양 진영 지지자 간의 맞불 집회장이 됐다. 이른 아침부터 양측 간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몸싸움이 생기고 도로를 침범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시위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이 대표가 성남지청에 도착하기 한참 전인 오전 7시 40분부터 지지자 측과 반대 단체는 천막을 치고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성남지청 앞 12차로를 사이에 두고 지지 측과 반대 단체들의 깃발이 펄럭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경기도 성남시 남한산성역 4번 출구 옆 천막에서 피켓을 배부했다. 피켓에는 ‘표적수사 중단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건너편에는 보수 시민단체가 맞불 집회를 벌였다. 차량을 동원해 붙인 현수막에는 ‘이재명 체포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날 스피커 방향을 이유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초 양측은 스피커 방향이 서로를 향하지 않도록 합의했는데 상대 측이 먼저 어겼다는 것이다. 지지자 측 집회 참석자가 반대 측에 건너와 항의를 하면서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몸싸움이 격해지면서 차도를 침범하고 주행 중인 차를 방해하기도 했다.
보수 단체 측 집회 참석자는 “상대편을 향해 튼 게 아니라 이재명을 향해 트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김학현 밭갈이운동본부 대표는 마이크를 들고 “스피커 방향을 틀지 않으면 또 건너가서 항의할 수밖에 없다”며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이내 “저희도 모든 타협을 원점으로 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 대표가 도착하자 개인 유튜버들과 취재진이 몰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다 사고 나겠다”는 외침이 간간이 퍼졌다. ‘우리가 이재명이다’를 연호하는 지지 측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지지자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성남지청 정문 앞에 내려 성남지청 본관까지 걸어 올라갔다.
이날 팽팽한 신경전 속에 성남지청 인근에는 ‘표적수사·편파수사 중단하라’는 이 대표 지지자들의 구호와 ‘이재명 구속하라’는 보수단체 목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인근 주민들은 시위 스피커 소리에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 A씨(70대)는 “이곳에서 집회를 하면 먼저 주민들한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주민들의 편의는 무시한 처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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