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1호의 진실' 축협, 갈등 인정…"트레이너와 관계 정립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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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3-01-1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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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씨 폭로에 한 달여만 대응

  • "일부 선수, 안씨 합류 요구…의무진과 갈등"

  • 미흡한 점도 인정…3월 관련 규정 정비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달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카타르 월드컵 당시 제기된 '2701호의 진실'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한달 만에 내놨다. 공식 입장을 통해 일부 선수와 협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덕수 씨는 카타르 월드컵 기간 자신의 2701호 호텔 방에서 선수들의 마사지를 한 인물이다. 안씨는 일부 선수가 협회에 자신을 정식 트레이너로 영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협회가 자격 문제를 들며 '제 사람 챙기기'에 연연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축구협회는 10일 홈페이지에 6000자가 넘는 입장문을 공개하며 안 트레이너와 선수단, 의무팀을 둘러싼 관계를 정리하고 나섰다. "미흡한 점이 일부 있었다"면서도 "선수들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짚었다.

입장문에 따르면 일부 선수는 안 트레이너의 의무팀 합류를 요구하면서 그와 갈등 관계라는 의심을 샀던 의무팀장이 선수단을 떠나 귀국하도록 압박했다.

앞서 2021년 11월과 지난해 6월까지 몇몇 선수가 두 차례 안 트레이너가 협회 의무 스태프에 합류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협회는 정식 절차를 밟아달라고 선수들을 통해 전했지만 안 트레이너의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2021년 2월부터 시행된 관계 법령에 따라 특정 자격증 보유자만 채용이 가능했지만, 안 트레이너는 이 가운데 일부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협회는 전했다.

결국 '외부 트레이너' 자격으로 동료 2명과 안 트레이너가 카타르에 오자, 협회는 선수가 원할 경우 이들에게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대회 기간 10여 명이 이들에게 마사지 등을 받은 가운데, 1차전인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두고 돌연 선수 몇 명이 협회 의무팀장의 업무 배제와 귀국을 요구했다.

의무팀장이 안 트레이너의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협회에 따르면 이 선수들은 "자격증이 없어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 등 다른 직책으로 등록한 후 의무 활동을 하면 되지 않냐"며 "현지에 온 5명의 의무 스태프 중 자격증이 없는 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고용 중이다. 거짓말을 한 것"이라 따졌다.

이에 협회는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해도 모집 공고에 응시하지 않은 무자격자를 고용할 수 없었다"며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조장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문제 삼은 '무자격' 스태프와 관련, 그와 2년 계약한 2020년에는 자격증을 요구하는 관계 법령이 시행되지 않던 터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재계약할 수 없다는 방침을 안내했다고 전했다.

의무팀장을 돌려보내라는 요구에 상당수 직원이 "그를 귀국시킨다면 우리도 돌아가겠다"고 반발하는 등 심각한 내부 분위기가 조성되자, 협회는 대신 그에게 치료 활동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협회는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게 당사자와 선수들 모두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라 봤다"며 "이 사실을 통보했고, 선수들도 동의해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 의료진이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지정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끝에 내린 진단을 안 트레이너가 받아들이지 않아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협회는 "선수들의 신뢰를 받은 안덕수 씨가 수고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이 오래 요청한 사안이라면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현재 협회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이 있었다면 원인과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데 그러질 못했다"고 반성했다.

협회는 오는 3월 초까지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그달 말 확정된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라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된다"며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트레이너 간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 협력 관계를 어떻게 조성할지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폭로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낸 데 대해서는 "뚜렷한 사유, 내용을 설명하지 않고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에 정면 대응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선수단 노고를 격려하는 경사스러운 분위기에서 섣불리 언급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씨가 '기자들의 취재를 기다린다'고 SNS에 적었기에 당사자가 직접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적극 해명하자는 것이 협회 방침이었다"면서 "그러나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계속 이 문제에 대해 보도가 나오고, 팩트와 거짓이 뒤섞여 혼란을 주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 때 비슷한 오해와 보도가 다시 나올 수 있어 핵심 내용을 공개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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