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 신용등급이 우량한 회사 위주로 자금이 몰리면서 양극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량채와 비우량채의 신용 금리차도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다. 증시 부진에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다.
◇우량채 위주 시장…A급 온기 아직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신용등급 AAA), 이마트(AA), 포스코(AA+), LG유플러스(AA), 롯데제과(AA), 한국금융지주(AA-), 대상(AA-)이 이달 진행한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서 14조원이 넘는 기관 자금이 몰렸다. 특히 포스코는 모집금액의 9배에 달하는 약 4조원의 매수 주문에 발행 예정액보다 약 2배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시장이 흥행을 이어가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달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대부분 우량 회사채가 공모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올해 경기 침체 우려에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면 수요가 우량채 위주로 몰리며 시장의 온기가 A등급까지 퍼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연초 지갑이 넉넉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에 우량 기업의 증액 발행이 이어진다면 연초효과도 누리지 못할 수 있다.
이달 A급 가운데에는 신세계푸드(A+)와 효성화학(A) 등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주식발행 통한 자금조달도 불확실성 여전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증시 부진에 주가가 떨어지면 유상증자 발행가격도 하락해 자금 조달 규모가 줄어들고, 유상증자 청약 미달도 발생한다. 올해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을 앞두고 진행한 유상증자도 주가 하락으로 발행 규모가 줄었다. 유상증자 청약률은 85.73%였다.
공모를 통한 자금 조달도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이후 IPO(기업공개)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올해도 기업들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대를 모았던 대어(大魚) 컬리가 투심 위축에 상장철회를 밝히며 IPO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한때 4조원에 이르렀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조선해양도 지난 3일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을 추진하는 케이뱅크도 IPO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해외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공모할 경우 필요한 서류 제출 일정에 맞추지 못해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IPO 추진 기업의 추진 시기가 조정될 것"이라며 "아직 IPO 청구를 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상반기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