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 당분간 없다"면서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한 것들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 본 뒤 하반기쯤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경 편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은 것과 결이 다른 발언이다. 두 사람 간에 미묘한 뉘앙스 차이가 감지된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굉장히 큰 재해나 경제적 외부 충격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현재 정부가 예측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기 흐름을 보인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추경 편성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세수 부족한데 추경 배제 가능한가
연초부터 추경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올해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경제 여건이 악화일로인데 정부는 감세에 몰입 중이라 올해 어느 시점에는 추경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언한 감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기 위한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9일 발간한 '2022년 개정세법 심의 결과 및 주요 내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세수 감소액은 64조4000억원(연평균 12조8000억원)에 달한다.
법인세(-27조4000억원)와 소득세(-19조4000억원)뿐 아니라 증권거래세(-10조9000억원), 종합부동산세(-5조7000억원) 등 주요 세수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다. 국회 논의가 남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분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는 추가 감세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총리는 "법인세는 중요한 외국인 투자 결정 요인 중 하나"라며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미흡하다는 인식에서 최근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기술 개발 유인책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조건이 성숙되면 법인세를 더 낮추는 작업에도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해외 우수 인력 유입을 위한 외국인 근로자 대상 소득세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16.5~17% 수준인 단일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누진세에 지방세까지 합치면 50%에 가깝다"며 "이런 부분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장기 근무하는 데)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무역적자···추경에 힘 실려
복합 위기 상황 속에서 새해 들어서도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수출 감소→경제 악화→가계·기업 위축→세수 감소→추경 편성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완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추경 등 수출 둔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38억6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5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일)보다 하루 더 많았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4.1% 줄어 감소 폭이 더 컸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29.5%)가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했고 가전(-54.4%)과 철강(-12.8%)도 급감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62억7200만 달러 적자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무역적자 기조가 해가 바뀐 뒤에도 이어지면서 10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간 없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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