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 결제 시장이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거래가 늘고 전자금융업자가 제공하는 간편결제·송금 서비스가 확대된 영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걸음마에 그치는 수준이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련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작년 3분기 이용액은 77조2976억원까지 커졌다. 3년 전인 2019년 3분기 29조6069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작년 1~3분기 누적 사용액은 222조4029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작년 총 사용액은 300조원을 넘어서거나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3분기 이용 건수는 25억3099만1000건이다. 3년 전(16억4575만7000건)과 비교했을 때, 증가 수준이 2배에도 채 못 미친다. 이는 즉 1회당 결제액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뜻이다. 실제로 작년 3분기 건당 결제액을 환산하면 3만540원으로 3년 전(1만7990원)보다 크게 늘었다.
특히 빅테크 3사(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 성장세가 매섭다. 3사의 작년 3분기 말 선불 충전금 규모는 643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5600억원 수준이었던 1년 전보다 800억원 넘게 불어났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서도 2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이처럼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소비자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상 전자금융업자가 선불 충전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금융위원회가 행정지도를 통해 이용자 예탁금의 50% 이상을 은행 등에 신탁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권고’일 뿐이다.
이를 악용해 스타벅스코리아는 최근 5년간 고객에게 받은 선불충전금 8769억원 중 미사용 금액 대부분을 고위험·고수익 기업어음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투자하는 일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바로잡고자 전금법을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선불충전금 관련 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예탁금 전액을 은행에 신탁시키는데 김 의원은 예탁금 관리를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험 중 선택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금융당국은 시장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해당 법안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선불 결제 시장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관련 개정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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