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펀드를 판매한 의혹을 받는 임직원들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 KB증권이 1심에서 5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라임 펀드의 부실을 알고 판매한 혐의는 무죄, 펀드 판매 수수료가 없다고 거짓 기재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임 펀드의 판매사 겸 TRS(총수익스와프) 제공 증권사였던 KB증권 법인과 이종필 전 부사장, 김 전 팀장 등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KB증권 법인은 임직원들이 사기적 부정거래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KB증권 임직원들과 결탁한 의혹을 받는다.
재판에서 'KB증권 등이 라임 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KB증권이 라임 펀드의 부실을 인지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종필 전 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초자산 확인 및 분석,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했다고 해서 피고인들이 라임 펀드의 부실 및 부실 징후, 부실 가능성을 인식했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설령 스트레스 테스트 등 결과에 의해 펀드의 안전성, 안전성이나 손실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펀드 제안서에 부실기재 문제와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도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에 대해서는 "이러한 모든 조치나 행위는 모두 KB증권 내부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검사는) 이 전 부사장이 언제, 어떻게, 라임 펀드 부실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다는 것인지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KB증권 법인의 경우 판매 수수료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KB증권은 2018년 2월부터 2019년 7월까지 11개 펀드를 판매하면서 펀드 판매 수수료를 우회 수취하고도 고객들에게 펀드 판매 수수료가 없다고 거짓 표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판매 수수료는 설명이 돼야 하는 내용이고 투자자들이 중요하게 인식하는 항목"이라며 "펀드 수수료를 안 받는 것처럼 허위 부실 기재했다고 판단된다"라고 했다.
KB증권 임직원들은 지난 2019년 3월 라임 펀드가 'A등급 우량사채 등에 투자한다'는 제안서와 달리 무등급 사모사채 등에 투자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김 전 팀장의 경우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실질 주주로 있는 법인과 라임 펀드 투자대상 회사간 자문계약을 끼워 넣어 총 4억원 상당의 수수료를 가로챈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김 전 팀장에게 징역 2년을, 나머지 전‧현직 임직원들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 또는 선고 유예를 선고했다.
라임 사태는 2019년 1조6700억원 상당의 라임 펀드가 환매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사건이다. 검찰은 라임 펀드 판매에 가담한 임직원들과 이 전 부사장을 2021년 5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뒤, 같은 해 6월 KB증권을 양벌규정을 통해 재판에 넘겼다.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다음 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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