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기업에도 자금 지원"…중기부 'R&D 혁신방안' 실효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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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3-01-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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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비율 1000% 넘는 기업에도 R&D 도전기회 준다

  • 신청 시 기업 부담 축소…연구비 사용 자율성도 확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중기부]

앞으로 부채비율이 1000% 이상인 기업도 역량만 있다면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연구비는 사용 범위 내에서 기업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한다. 대신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부정 행위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영 중기부 장관을 비롯해 R&D 전문가들과 분야별 우수 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부채비율 1000% 넘어도 지원···연구비는 자유롭게

이전까지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기업은 중기부 R&D 과제 신청이 불가했다. 하지만 중기부는 역량을 갖춘 기업에 도전 기회를 주고자 자본잠식 상태인 기업도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올해는 5억원 미만 과제에 우선 적용하고 추후 금액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형식적인 절차도 축소해 신청 기업 측 부담을 줄였다. 사업계획서는 R&D 내용과 방법, 기업의 기술 개발 역량, 선행 R&D 성과 등을 중심으로 기입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서 작성 분량이 기존 30~40쪽에서 20쪽 이내로 줄어들었다. 제출 서류도 기존 16종에서 5종으로 축소했다. 

R&D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의 연구비 사용 자율성은 대폭 확대된다. 인건비, 재료비 등 직접비는 사용 범위 내에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 기업은 정산 단계에서 연구비 사용처, 내역, 과제 수행 관련성 등을 충분히 소명해야 한다.
 
이 장관은 “이번 제도혁신 방향을 ‘도전은 쉽게, 연구는 자유롭게, 부정은 단호하게’로 설정했다”며 “재무적 결격 요건을 과감하게 철폐해 기업들에 도전 기회를 열어주고, 엄격한 연구비 사용 제한을 풀어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성도 함께 강화한다. 인건비 유용 또는 허위 거래로 연구비를 착복하는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과제 평가 시 강도 높게 반영한다. 부정행위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면 대표자와 연구 책임자에 대한 추후 과제 참여 제한, 환수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한다.
 
‘재무 결격 요건’ 철폐 문제 없나···“기회 보장 차원”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여섯째)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제도혁신 방안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정부 부처 R&D 제도 중 재무적 결격 요건을 철폐한 건 중기부가 최초다. R&D 중심 기업, 특히 중소기업‧스타트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은 곳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재무구조가 위험한 것으로 보는 만큼 안정성이 낮은 기업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데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우순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관은 “재무구조가 엉망인 기업을 뽑겠다는 뜻이 아니라 기술력을 우선으로 평가하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배 중기부 기술개발과장은 “재무구조를 보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많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R&D 지원 시 재무 요건을 따지는 나라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바이오, 딥테크 등 R&D에 기반한 기업들은 기술 투자에 돈을 들이지 않을 수 없고 당연히 재무구조가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에서는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벤처기업 ‘온코크로스’ 김이랑 대표는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준비하면서 상장사에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IRFS)을 도입했는데 IRFS 기준으로는 자본이 부채로 잡히더라”며 “회사에 현금 200억원이 있는데도 재무재표상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돼서 지난 3~4년간 R&D 과제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번 개편 내용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했다”며 “R&D 과제 신청 시 연구계획은 잘 세웠으나 수행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기업들이 있는데, 기업의 연구역량을 평가 요소로 추가한 점이 적절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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