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파죽지세’로 상승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고 있어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경기둔화에 따라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의 금 매입 등으로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0달러(0.1%) 상승한 온스당 1878.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6일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골드선물 레버리지(합성H)’는 올해 들어 10.35%가 상승했다. 이어 ‘KODEX 골드선물(H)’와 ‘TIGER 골드선물(H)’ 등은 각각 4.06%, 3.98% 올랐다.
국제 금 가격 상승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달러화 약세가 전망되고 있고, 경기둔화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이 주목받고 있어서다. 통상 금은 달러화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금에 대한 매력도는 높아진다. 지난해 9월 110을 넘나들던 달러 인덱스 지수는 11일 기준 102.92까지 내려간 상태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매력도가 점증 될 전망”이라며 “금은 통상 달러로 거래되며,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금의 체감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의 자산 매력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금 가격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연구원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880달러로 지난 5월 9일 이후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1800달러선이 당분간 중요한 지지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종료 기대 등 향후 중국 수요 증가도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 골드 카운실(World Gold Council)의 EMEA(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수석 시장 분석가인 크리샨 고폴(Krishan Gopaul)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귀금속은 위기의 시기에 잘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선물 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크레이그 에를람의 수석 시장 분석가도 “올해 세계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직면해 있다”며 “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침체를 대비해 금 매입에 나선 것 역시 국제 금 가격 상승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이 금을 사들인 것은 약 3년만으로 11월과 12월 연속 200만온스를 매입했고, 이는 무려 2019년 9월 이후 처음”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와 각국 중앙은행 스탠스 변화에 따라 인민은행도 대비를 하는것으로 보인다. 금가격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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