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설립 열풍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관사가 스팩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전략을 구사할지, 간간이 스팩을 공표해 시장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지를 놓고 득실을 따지는 계산기 소리는 요란해지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스팩에 열을 올림으로써 셈법이 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불황 속에 스팩 합병을 문의하는 비상장법인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2년 증권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신규로 상장한 스팩은 총 45개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88%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IPO 시장이 침체되면서 공모 절차가 수반되지 않는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수요가 증가했으며, 스팩 소멸합병 도입으로 기업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우스별로 보면 하나증권,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스팩을 각각 5개씩 상장시켰다. 유안타증권이 4개, 대신증권이 3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2개, DB금융투자가 1개 등이다. 주관사의 스팩 갯수가 증권사의 덩치와 무관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IB업계에서 "합병 기업의 선택을 받기 위해 각양각색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하나증권처럼 다양한 규모의 스팩을 시장에 여러 개 올려 경험치를 빨리 쌓으려는 하우스도 있는가 반면, 삼성증권처럼 '소수정예' 전략으로 스팩이 공모가의 2~3배 수준까지 치솟게 해 스팩 명가(名家)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하우스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의 경우 지난 5월 상장한 22호를 시작으로 9월 23호와 24호, 10월에는 25호가 증시 상장에 문을 두드렸다. 스팩 공모액만 약 8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25호 스팩은 공모액만 400억원 규모로 공룡 스팩이라고도 불렸었다. 하지만 시장을 놀라게 한 하우스는 단연코 삼성증권이었다. 삼성스팩6호의 상장 첫날 시초가는 따상을 기록했고, 공모가가 1만원에 달했던 삼성스팩7호도 상장 첫날 최대 공모가 대비 80%까지 치솟았다. 다른 증권사가 설립한 스팩 대다수가 공모가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과 대조된 모습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어느 전략이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증권처럼 주관사가 스팩 상장을 많이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기업을 발굴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대로 삼성증권의 경우 한두 개 기업이라도 다각도로 탐색해서 합병하기 때문에 기업과 시너지가 좋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합병대상 법인이 주관사가 쌓와왔던 트랙레코드와 업종 관련성이 있는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연구원은 "주관사 IB부서가 합병 기업의 업종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면 융화가 잘 될 수밖에 없다"며 "스팩 합병 상장 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필연적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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