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3선 구청장으로 ‘왕고참’이다. 정 구청장에게는 '서울시에 입성하라, 여의도로 진출하라'는 유권자들 아우성이 매일 빗발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불편부당하게, 구민이 행복하게 구정을 잘 이끌어 줬기 때문이다.
정 구청장의 행정은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 대상이다. 버스 정류장 ‘스마트쉼터’, 코로나19 때 선별진료검사소 운영 방식 등 그는 많은 행정 선례를 남기고 있다. 특히 성수동 도시재생 사업은 행정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여당 구청장도 이 사업을 높이 평가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 사업은 낙후되고 정체돼 있던 공장지대를 재생시켜 서울 5대 상권으로 진입시킨 이유가 크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고 있는 핫플레이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주민의견 직접 '청취'···곧바로 '실천'
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정치와 행정은 주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하는 것으로 주민에게 행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기본”이라며 “어떻게 해야 주민들이 행복할지를 연구해야지, 자기 생각대로 주민 행복을 계획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주민 의견에 귀 기울이여 경청하고 이를 곧바로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정 구청장은 본인 휴대폰 번호를 전 구민에게 공개하고 주민 민원을 직접 받고 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민원으로 코로나19 때 받은 민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19 당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불평 민원을 받았다"며 "은행처럼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검사 대기자가 번호표를 받고 시원한 곳이나 따뜻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휴대폰으로 검사시간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정 구청장은 이 민원을 경청한 뒤 곧바로 실천했다. 이 시스템은 급기야 전국 지차체로 입소문을 타고 너도나도 채택했다. 그는 이 제안을 해주신 주민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구청장은 또 다른 문자 민원도 소개했다. '동네 한가운데 2차선 도로에 조그만 싱크홀이 발생했다'는 신고였다.
구청에서 현장에 달려가보니 웬만해선 발견하기 힘든 조그마한 싱크홀이었다. 그러나 막상 공사를 해보니 간단하지 않았다. 이것도 주민 제보로 주민 안전을 사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의 휴대폰 공개가 행정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는 주요 사례들이다.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낙후되고 정체된 성수동 공장지대를 '서울 5대 상권'으로 진입시킨 것도 정 구청장 구정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정 구청장은 사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벤치마킹했다.
브루클린은 성수동에 앞서 198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브루클린에 있던 많은 공장이 문을 닫았다. 브루클린은 쇠퇴하고 삭막해졌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뉴욕시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했다. 브루클린은 마침내 뉴욕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브루클린과 같이 성수동도 1960~1970년대부터 중소기업과 소규모 공장이 밀집해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 공장이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유령도시'가 되다시피 했다.
그 대신 건물 임대료는 아주 싸졌다. 게다가 강남과는 20분 거리인 지척이었다. 여기에 서울의 센트럴파크라고 불리는 서울숲이 조성됐다. 이 같은 이점이 급기야 젊은 문화예술인들을 불러들였다.
이렇게 되자 정 구청장은 이와 때를 맞춰 성수동을 도시재생 사업지로 선정한 뒤 집중 지원했다.
그는 특히 기업하기 좋고 충분한 일자리가 공급되는 도시 조성에 힘을 쏟았다. 취득세 등 세금 감면, 용적률 인센티브, 원스톱 행정서비스 지원 등이 대표적 지원 사업이다.
그 결과 지식산업센터가 대폭 늘면서 중소 IT·벤처 기업이 몰렸다. 민간의 공유오피스 증가와 성동구의 소셜벤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전국 최대 소셜벤처밸리를 이루고 있다. .
최근에는 무신사 등 패션기업들과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등 엔터산업까지 성수동에 자리 잡자 2030세대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정 구청장의 ‘붉은 벽돌 건축물 지원 정책’으로 저층 붉은 벽돌집 사이사이에 개성 있는 공방과 갤러리, 카페 등이 들어선 특색 있는 도시 가로 경관이 조성돼 매력을 창조하는 도시, 디자인을 갖춘 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