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 중 붙잡힌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말 태국에 입국해 방콕 시내 중심가에서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태국 이민국 경찰은 13일 방콕 정부청사에서 열린 김 전 회장 검거 관련 브리핑에서 "김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이 각각 지난해 7월 25일, 8월 3일에 태국에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이 방콕 시내 스쿰윗 지역 내 콘도미니엄(아파트)에서 함께 생활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스쿰윗 내 에까마이의 콘도미니엄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12월 초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 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 씨가 현지에서 검거되자 스쿰윗 내 다른 콘도미니엄으로 거처를 옮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김 전 회장과 양 회장을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 소재 골프장에서 검거했다.
김모 씨 검거 후 두 사람을 추적하던 경찰은 골프장에서 이들과 비슷한 용모의 한국인을 발견하고 여권을 확인한 뒤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다.
팟품피팟 사차판 태국 이민국 경찰국장은 "이들은 도망자처럼 숨어 지냈다기보다 잡히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방콕 중심부에서 일반인처럼 일상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의 행방을 쫓다가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검거 이후 조사 중 소재를 파악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많은 관심이 있다고 들었고, 한국 경찰과 협력해 검거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의 도피를 누가 도왔는지, 숨겨놓은 자산이 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검찰도 태국에서 김 전 회장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는 등 도피 생활을 도와준 전 한인회장 A씨도 수사 중이다.
8개월 간 도피 행각을 벌인 김 전 회장은 골프장을 누비고, 가라오케에서 유명 가수까지 불러 유흥을 즐기며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태국 현지에서 경호원을 고용해 기관총으로 중무장시켰으며, 체포 당시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를 가지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체포 당시 경호원은 보이지 않았으며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며 "숙소에서 큰 금액의 현금 등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김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옮겨 도피 중이었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자본시장법 위반, 뇌물공여, 증거인멸,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쌍방울 그룹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 있다.
태국 이민국은 강제 추방 결정을 내렸고, 김 전 회장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포기하고 자진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여행증명서 발급이 완료돼 김 전 회장은 오는 17일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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