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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이 이번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긴축을 단행할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추가 긴축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BOJ는 17~18일 양일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와 경제·인플레이션 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0%로 동결이 예상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관심사는 인플레이션 전망 및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의 추가 조정 여부이다.
앞서 BOJ는 지난달 19~20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는 -0.10%로 동결했지만 YCC의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 상한선을 기존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장기 금리의 변동폭이 확대된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과도 같은 조치이다.
BOJ는 2016년 1월에 기준금리를 -0.10%로 인하하고 2016년 9월에 YCC를 도입한 가운데 지금까지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 상한을 제한하면서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한선을 벗어나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 BOJ는 국채를 대거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제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광폭 금리 인상 행보를 보인 것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긴축 정책 환경이 조성되면서 BOJ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긴축을 단행한 다른 국가들과 일본 간의 금리차가 커지자 엔 환율이 급격히 올랐다. 지난 9월 일본 통화당국이 24년 만에 첫 엔화 매수 환시 개입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중 엔화 환율은 1990년 이후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을 넘어섰다. 2021년 연말 환율이 달러당 115엔가량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30%나 급락한 것이다.
단기간 내 환율이 급등하자 실물 경제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11월 일본 근원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며 1981년 이후 41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12월 도쿄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오르며 일본 CPI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는 그간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수준에 육박하는 등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 방어에 나섰던 BOJ의 타격도 컸다. 작년 9~10월 두 달간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 방어에 사용한 금액은 총 9조1881억엔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는데, 이는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91년 4월 이후의 환시 개입 합계 총액(4조8793억엔)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30여년간의 개입 금액보다 단 2달 동안 사용한 개입 금액이 훨씬 큰 셈이다. BOJ의 일본 국채 매입액은 6월에 16조엔가량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12월에는 17조엔을 돌파해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BOJ의 환시 개입, YCC 조정 및 미 연준의 속도 조절 등의 영향에 달러당 엔 환율은 작년 10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13일에는 127엔 선까지 내려오면서 작년 5월 이후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BOJ의 싸움은 새해 들어서도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13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 지표물 금리가 YCC 상한인 0.50%를 넘어 0.545%까지 올랐는데 이는 2015년 6월 이후 7년 7개월래 최고치이다. 또 BOJ는 12일에 사상 최대 규모인 4조6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는데, 지난달 BOJ가 월간 국채 매입 상한선을 종전의 7조3000억엔에서 9조엔으로 인상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월간 매입 목표액의 절반을 하루에 소진한 것이다.
다시 말해 BOJ가 장기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금리 상승 압력, 곧 국채 매도세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지지통신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BOJ가 이번주 17~18일 있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또다시 긴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오는 4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퇴임 이후 긴축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현재 1년 IRS(금리 스와프) 금리는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또다시 통화정책 긴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 연구원들은 "신임 BOJ 총재가 부임할 때쯤이면 YCC 장기 금리 상한선이 100bps(베이시스 포인트, 100베이시스 포인트=1%)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매 금융정책결정회의마다 (장기 금리 상한선이) 25bp씩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월 있을 일본 기업들의 임금 협상이 끝난 후 올해 2분기 쯤이면 BOJ의 정책 기조가 더욱 긴축 성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역시 13일 보고서에서 BOJ가 올해 2분기 중에 YCC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무구루마 나오미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YCC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장 기능을 개선하려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최선의 해법은 시장이 금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에 YCC 조정과 관련해 "분명히 이는 출구 전략을 향한 행보가 아니다"라며 단기간 내 초완화 정책으로부터의 출구 전략이 있을 가능성을 부정한 바 있다.
한편 BOJ가 추가 긴축을 단행할 시 그 파장은 일본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초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세계 제3위 중앙은행인 BOJ가 정책 기조를 선회할 경우,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RBC웰스매니지먼트는 "(BOJ의 초완화 정책이) 역전될 경우에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금리 인상 사이클로 인해 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는 엔화 강세와 함께 달러 약세를 촉발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강달러로 어려움을 겪었던 신흥국 경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큰 장애물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BOJ는 17~18일 양일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와 경제·인플레이션 전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0%로 동결이 예상되고 있지만, 보다 중요한 관심사는 인플레이션 전망 및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의 추가 조정 여부이다.
앞서 BOJ는 지난달 19~20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는 -0.10%로 동결했지만 YCC의 10년물 장기 국채 금리 상한선을 기존 0.25%에서 0.5%로 인상했다.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장기 금리의 변동폭이 확대된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금리 인상과도 같은 조치이다.
BOJ는 2016년 1월에 기준금리를 -0.10%로 인하하고 2016년 9월에 YCC를 도입한 가운데 지금까지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 상한을 제한하면서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한선을 벗어나 상승할 조짐을 보이면 BOJ는 국채를 대거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제하곤 했다.
단기간 내 환율이 급등하자 실물 경제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 11월 일본 근원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하며 1981년 이후 41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또 12월 도쿄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0% 오르며 일본 CPI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OJ는 그간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수준에 육박하는 등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화 방어에 나섰던 BOJ의 타격도 컸다. 작년 9~10월 두 달간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 방어에 사용한 금액은 총 9조1881억엔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는데, 이는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91년 4월 이후의 환시 개입 합계 총액(4조8793억엔)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30여년간의 개입 금액보다 단 2달 동안 사용한 개입 금액이 훨씬 큰 셈이다. BOJ의 일본 국채 매입액은 6월에 16조엔가량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데 이어 12월에는 17조엔을 돌파해 또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BOJ의 환시 개입, YCC 조정 및 미 연준의 속도 조절 등의 영향에 달러당 엔 환율은 작년 10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13일에는 127엔 선까지 내려오면서 작년 5월 이후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BOJ의 싸움은 새해 들어서도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지난 13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 지표물 금리가 YCC 상한인 0.50%를 넘어 0.545%까지 올랐는데 이는 2015년 6월 이후 7년 7개월래 최고치이다. 또 BOJ는 12일에 사상 최대 규모인 4조6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했는데, 지난달 BOJ가 월간 국채 매입 상한선을 종전의 7조3000억엔에서 9조엔으로 인상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월간 매입 목표액의 절반을 하루에 소진한 것이다.
다시 말해 BOJ가 장기 금리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으로 금리 상승 압력, 곧 국채 매도세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지지통신은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BOJ가 이번주 17~18일 있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또다시 긴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오는 4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의 퇴임 이후 긴축 정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시티그룹은 현재 1년 IRS(금리 스와프) 금리는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또다시 통화정책 긴축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그룹 연구원들은 "신임 BOJ 총재가 부임할 때쯤이면 YCC 장기 금리 상한선이 100bps(베이시스 포인트, 100베이시스 포인트=1%)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매 금융정책결정회의마다 (장기 금리 상한선이) 25bp씩 인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3월 있을 일본 기업들의 임금 협상이 끝난 후 올해 2분기 쯤이면 BOJ의 정책 기조가 더욱 긴축 성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역시 13일 보고서에서 BOJ가 올해 2분기 중에 YCC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무구루마 나오미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수석 채권 스트래티지스트는 "YCC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장 기능을 개선하려는 일관성 없는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최선의 해법은 시장이 금리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에 YCC 조정과 관련해 "분명히 이는 출구 전략을 향한 행보가 아니다"라며 단기간 내 초완화 정책으로부터의 출구 전략이 있을 가능성을 부정한 바 있다.
한편 BOJ가 추가 긴축을 단행할 시 그 파장은 일본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 초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세계 제3위 중앙은행인 BOJ가 정책 기조를 선회할 경우,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추세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RBC웰스매니지먼트는 "(BOJ의 초완화 정책이) 역전될 경우에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금리 인상 사이클로 인해 채권 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는 엔화 강세와 함께 달러 약세를 촉발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강달러로 어려움을 겪었던 신흥국 경제에 있어서는 오히려 큰 장애물이 제거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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