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용시장에 한파에 몰아친 가운데 '철 밥그릇'으로 불려온 공공기관 취업 문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정부가 공공기관 인력 감축을 압박하고 있어 신규 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젊은 구직자들 불만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 인턴' 확대라는 엉뚱한 해법을 내놔 논란이다.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스펙 쌓기용 단기 일자리일 뿐이라는 비판이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3년 내 공공기관 인력 1만2000명 감축
15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공공기관 인원 1만2000명이 감축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기관 인력과 부채가 늘어 방만 경영이 심각해졌다는 판단에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상정해 의결했다.
다만 강제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없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분에 장기간 충원 없이 비어 있는 자리를 없애거나 신규 채용을 덜 하는 식으로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기관 중 정원 구조조정 규모가 가장 큰 기관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722명)다. 코레일은 정년퇴직 등으로 매년 1000여 명이 자연 감소하는 만큼 신규 채용 규모를 줄여 정원을 축소할 계획이다.
이어 한국전력공사(496명), 한국마사회(373명), 한국수자원공사(221명), 한국토지주택공사(22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준정부기관 중에선 정원이 1만명 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감축 인원이 3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한석탄공사는 정원 대비 감축률(21.2%)이 가장 높다.
"청년 인턴 확대"···고용 한파 대안 불가
대신 정부는 청년 인턴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공기관 청년인턴 간담회'에서 "이번 공공기관 정원 구조조정이 신규 채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며 "내년 공공기관 청년 인턴 규모를 올해 1만9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채용 예정인 청년 인턴(2만1000명) 가운데 약 60%에 해당하는 1만2000여 명은 상반기에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공공기관 정원 감축이 청년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인턴 확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올해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10만명으로 지난해(81만명) 대비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 고용 한파 도래를 자인한 상황에서 인턴 확대는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전 정권 때리기로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과거 실수를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보다 고용 통계 수치를 개선할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1년 문재인 정부의 청년 인턴제에 대해 "'분식용' 단기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을 알바 체험판으로 동원하고 있다. 청년들을 단기 알바로 내모는 취업 희망 고문용 일자리"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실효성이 없는 세금 낭비성 일자리라고 몰아붙인 당사자가 정권 교체로 경제 수장 자리에 앉자 말이 바뀌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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