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중흥기가 시작될 것이다. 많은 분이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아닐 수도 있다. 한동안은 채권ETF가 오래갈 것으로 본다."
이경준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올해 ETF 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ETF 한 우물만 팠다. 2007년 삼성자산운용 KODEX ETF 운용팀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15년간 경력을 쌓아 지난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본부장이 꼽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한 조직 문화'다. 의견이 합당하다고 여겨지면 빠른 이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삼성자산운용(34조원) 다음으로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30조원)은 매섭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
올해는 채권형 ETF 시대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상품 라인업 확대가 대내외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은 이경준 본부장과 일문일답.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첫 직장인가.
"2007년 삼성자산운용 KODEX ETF운용팀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ETF 업무만 2022년까지 했다. 총 15년간 근무했다. 그런 뒤 같은 해 8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내 전략ETF 운용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상·하반기에 노리고 있는 ETF 상품이 있나.
"채권형 ETF 상품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채권을 매수한 규모가 20조원 정도 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눈을 뜬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럴 때는 장기채권형이 주목을 받는다. 금리가 빠지면서 수익이 더 많이 나기 때문이다. 수익을 더 내기 위해서는 투자 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 앞으로 금리형 ETF를 시작으로 관련 상품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다."
-올해 키워드는 '금리'인가.
"그렇다. 예·적금 금리가 1%도 안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금리가 5~6%까지 오르면서 투자자들 눈높이가 올라갔다. 작년 하반기에 예금으로만 들어간 돈이 백몇십조 원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원래 '확정금리'를 좋아한다. 연금시장만 봐도 원리금 보장형이 80% 정도고 실적배당형이 20% 이하다. 특히 보수적인 주부 투자층이 지난해 고금리 투자로 재미를 봤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점이 오면 좀 더 나은 상품을 찾으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나 채권형 상품을 찾을 시기가 올 것이다."
-지금 미래에셋자산운용에는 채권형 ETF가 몇 개 상장돼 있는가.
"현재 국내 채권형 ETF는 총 7개 상장돼 있다. 올해 추가 상장을 할 예정이다. 앞에서 말한 채권형 ETF 라인업 확대를 생각하고 있다."
-어떤 채권형 ETF 상품을 출시하고 싶은가.
"채권ETF 고도화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채권의 만기 보유가 아닌 다양한 형태의 운용 전략을 결합한 상품 출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올해는 채권ETF 시대라고 봐도 무방한가.
"2023년은 채권ETF의 중흥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많은 분이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동안 채권ETF가 오래갈 것으로 본다."
-주식형 ETF 상품은 어떤가.
"하반기 주식시장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 침체에 원금 회복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주식은 '상저하고', 금리는 '상고하저'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회복돼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면 다양한 상품을 찾으려는 욕구를 보일 것이다. 중국도 경기 부양책을 결국 쓸 것으로 보는데, 이 시기에는 리오프닝 관련주 등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관련 상품이 나올 것이다."
-연령대·소득별로 추천해줄 ETF 상품이 있나.
"20·30대 젊은 층은 이자가 높아지면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연금계좌밖에 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해당 계좌에는 어차피 20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할 때 S&P500이나 나스닥 등에 꾸준히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연금보다는 현금 흐름이 가장 중요하다. 만기형 채권ETF나 월배당형 ETF 등 현금이 꾸준히 들어올 수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노후보장용으로 대출을 끼고 오피스텔을 많이 샀다. 그러나 고금리 시대에는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얼마 없다. 기존 노후 준비 방식으로는 앞으로 노후 보장이 힘들어질 수 있다.
-ETF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소리가 있다. 부자가 되려면 ETF보다는 주식 등 직접 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고수익을 내려면 '위험 감수'를 해야 한다. 일각에서 ETF로 큰돈을 못 번다고 말하는 이유는 접근 방식이 '분산 투자'이기 때문이다. 즉 위험이 낮다는 것이다.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본인 선택이다.
또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식을 잘 고르는 능력도 필요하다. 쌀 때 한번에 사는 워런 버핏 투자 방식도 있다. 그러다 장기간 돈을 한곳에 묻어두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다."
-지난해 성과를 돌아본다면.
"ETF 순매수세가 강해져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TIGER S&P500·나스닥·필라델피아 반도체 등 상품에서 개인투자자의 장기 매수세가 계속 이어졌다. 주가 하락에도 투자자들은 오히려 저가에 순매수를 많이 해 시장 하락 대비 투자금이 더 많이 몰렸다.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라는 개념을 알았다.
이전에 ETF 시장을 이끌었던 상품은 레버리지 ETF 상품이 다였다. 주로 시장에 예민하게 반응해 단기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는 동·서학 개미 운동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S&P500이나 미국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방식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또 다른 하나는 TIGER CD금리 ETF 상품 규모가 4조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ETF에는 위험한 자산만 있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처럼 '파킹형 ETF'도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게 됐다. 투자자층이 굉장히 다변화하고 투자 전략도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굉장히 뜻깊다."
-지난해 국내 채권형 ETF 시장은 어땠나.
"올해부터는 개인도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 됐다. 채권이라는 게 ETF로 개인이 투자하기 쉽게 재포장돼서 나온 것이다. 채권 ETF에 투자할 때 기본적 관념이 채권은 손실이 없는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존 채권 투자 펀드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 분기마다 재조정이 들어갔는데 이는 기관투자자 방식으로 금리 위험에 노출된 투자 전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채권을 사면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채권 투자 펀드가 만기형이 아니어서 개인투자자 생각과 괴리가 있었다.
이제 만기형이 도입됐으니 투자자들은 만약 2024년 10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ETF를 사면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기 매칭형 채권 ETF 도입이 갖는 의미다.
TIGER 회사채 ETF는 회사채 중에서도 일드가 높은 채권을 모아 놓은 포트폴리오다. 이들 ETF에 대한 개인 순매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동안 만기형 채권 ETF가 없을 때는 채권 하나를 사려면 큰돈이 필요했다. 채권 하나만 살 수 있었고, 만기 채권ETF 하나만 사면 되니까 접근성도 용이해졌다. 금리를 보면 위험을 감수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나온다. ETF는 팔고 싶을 때 자유롭게 팔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에 노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상품이 만기 회사채 ETF다. 국고채 등보다 수익률이 높고 만기보유시 손실도 나지 않으니까.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 만기 채권형 ETF가 히트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나은 상품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책 같은 게 있다고 보나. 혹은 원하는 규제 완화가 있나.
"두 가지가 필요하다. 만기 매칭형 상품의 기초자산이 확대되면 좋겠다. 현재 만기 매칭형 상품은 채권 파생형으로만 한정돼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처럼 다양한 기초상품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식이 기초자산이어도 만기를 갖고 만들면 좋은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제한 규정이 폐지되었으면 한다. 현재 규정은 기초지수와 상관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운신 폭이 작다. 0.7을 못 지키면 상장폐지가 된다. 액티브 ETF는 액티브 ETF답게 운용해야 한다. 업계에서도 이런 논의를 많이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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