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외 벤처투자가 위축되는 가운데 새로운 벤처투자처로 ‘중동 국부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부펀드란 국가가 국가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투자 펀드다.
16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 성향과 국내 벤처투자 유치 가능성 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은 고유가에 따른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국부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중동 국부펀드는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공격적인 벤처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SW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벤처투자 상위 10개 국부펀드 중 4개가 중동 국부펀드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현황(투자대상국, 산업 분야, 투자단계)을 살펴보고 한국 정부가 육성 중인 아기·예비 유니콘 기업의 특성과 비교·분석했다. 분석결과, 중동 국부펀드는 시리즈C 이후의 후기 단계의 투자를 선호하며 △소비기반 플랫폼 △바이오·헬스케어 △핀테크 산업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내 아기·예비 유니콘 기업의 산업은 주로 소비기반 플랫폼과 바이오·헬스케어라는 점에서 중동 국부펀드의 관심 분야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바이오·헬스케어는 중동 펀드가 비교적 초기 단계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이므로 투자 유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분야다.
다만 한국 소비기반 플랫폼은 서비스의 대부분이 내수시장 중심이며, 한국의 작은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중동 국부펀드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연구진은 중동 국부펀드 투자 유치를 위한 방향으로 단기성과를 위한 K-바이오·헬스 분야 투자 유치를 집중 공략할 것을 제언했다. 한국의 병원시스템, 의료기기·바이오 의약품의 중동 진출 확대로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투자 유치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관점에서 ‘본 글로벌(Born-Global)’ 소비기반 플랫폼 유니콘 육성도 필요하다. 중동의 국부펀드는 거대 소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소비기반 플랫폼을 선호하나, 한국 벤처·스타트업의 소비기반 플랫폼 대부분은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내수 기반이다. 따라서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소비시장이 큰 인도,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을 타깃화한 소비기반 플랫폼 기업을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민관 협력에 기초해 한국·중동 투자 컨퍼런스를 통해 기업간 인적, 문화적 교류를 정례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동 국부펀드의 한국 투자 제약 요인은 정보 부족과 문화 및 종교 차이로 인한 심리적 거리감, 의사소통 불편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중동은 펀드별로 투자 업종이나 투자 단계에 대한 선호도가 상이하고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정보가 부족하므로 각 펀드별 투자 성향을 고려한 매칭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중동 경제의 호황전망을 고려할 때 향후 중동 국부펀드의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중동은 국부펀드를 산업구조 다각화와 외교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므로, 중동의 산업 다변화에 대한 한국 벤처기업의 역할과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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