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때문에 못살겠다" 현지 당서기 실명고발한 중국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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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1-1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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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둥성 전기車 기업 회장 "압력 못 이겨 실적 부풀렸다"

  • 자금난에도 현지 지방정부 '외면'에 분통

  • 지방정부-기업 '왜곡된 관계' 실체 드러나

  • 習 '민영기업 지지' 속 산둥성 정부 '신속한 대응' 눈길

현지 지방 당서기를 실명 고발한 중국 산둥성 레이딩차동차 창업주 리궈신 회장. [사진=웨이보]

최근 중국 산둥성 전기차 기업 회장이 실명으로 현지 지방 당서기 '횡포'를 실명으로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중국 지도부가 민영기업을 지원할 것이란 의지를 적극 밝힌 가운데서다.
 
신징바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둥성 민영 전기차 기업 레이딩자동차 창업주 리궈신 회장은 지난 14일 온라인에 산둥성 웨이팡시 창러현 왕샤오(王驍) 당서기가 정치 치적을 부풀리기 위해 자사 생산 매출액을 허위 보고하도록 압박했다고 고발했다. 당서기 압박에 못 이겨 부풀린 실적 액수만 50억 위안(약 9200억원)에 육박한다는 것.
 
리 회장이 더 분개한 것은 왕 서기가 레이딩자동차의 자금 지원을 외면했다는 점이다.
 
리 회장은 왕 서기가 새로 부임한 후 창러현 정부가 레이딩자동차의 은행 대출 연장을 위해 필요한 담보를 더 이상 제공하지 않아 은행 대출이 끊기면서 자금난에 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창러현 정부의 상급 기관인 웨이팡 정부 실무팀이 파견돼 협상에 나섰음에도 소용없었다. 외부 투자기관을 통해 32억 위안 자금을 융통하려던 계획도 창러현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무산됐다는 것. 이로 인해 자금난에 빠진 레이딩자동차는 현재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2008년 출범한 레이딩자동차는 초기 저속전기차 업체로 출발해 이름을 날렸다. 전기차 기업으로 정부 지원도 받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중국 정부가 저속전기차 감독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속전기차가 서서히 시장에서 도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에 레이딩자동차는 2019년 쓰촨성 전기차 기업 예마자동차를 인수하며 순수전기차 생산에 돌입했다. 2021년 출시한 미니 순수전기차 모델 '망궈'는 연간 판매량 3만대 이상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 봉쇄,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회사는 자금난에 빠졌다. 
 
리 회장은 창러현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주길 바랐으나, 새로 부임한 왕 서기는 외면하자 결국 현지 지방정부의 실적 부풀리기 죄악을 낱낱이 까발린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는 기업들이 어려움이 생길 때 현지 정부에 손을 내미는 게 매우 보편적이다. 아무리 지방 현급 소도시라고 해도 현지 지방정부 1인자인 당서기는 현지 비즈니스 실세다. 사업권이나 자금 지원, 세수 우대 혜택 등도 당서기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 

특히 민영기업에 있어 지방 당서기는 '백성의 부모'라는 뜻인 '부모관(父母官)'이라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민영기업으로선 자칫 고발했다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데도 이를 무릅쓰고 실명 고발한 것은 그만큼 지방정부 횡포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리 회장이 실명 고발한 당일 저녁 산둥성 정부가 즉각 공식 웨이보를 통해 관련 부처가 공동조사팀을 꾸려 사건을 조사한 후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발표했단 것이다. 산둥성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내리며 누리꾼의 찬사를 받았다.
 
사실 중국 기업인이 지방정부 횡포를 공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산둥성 태양광기업인 황밍그룹 회장이 산둥성 더저우시 당서기의 게으름과 무능함을 실명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같은 해, 중국 신용평가사 중청신그룹 회장도 헤이룽장성 야부리 스키리조트 관리위원회가 토지를 불법 점유하고 기업을 탈취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현지 지방정부를 공개 비판한 후 며칠 뒤 사회적으로 논란이 확산돼서야 비로소 현지 정부가 나서서 조사에 착수해 해당 문제와 연루된 관료를 처벌했다.
 
이번에 산둥성 정부가 이처럼 신속히 대응에 나선 것은 최근 중국 지도부가 민영기업 지원사격을 강조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시진핑 주석은 민영 경제 지원 방침을 확고하게 명시했다. 특히 회의는 "법에 따라 민영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가의 권익을 보호하고 각급 영도 간부는 민영기업을 위해 난제를 해결하는 한편 실질적인 일을 하고, 깨끗한 정부와 기업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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