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를 표방해 탄생한 정치자금법은 지난 2004년 개정된 소위 '오세훈법'에서 출발한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2000년 총선 당시 서울 강남을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뒤 정치개혁 3법(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
당시 개정안은 기업·재력가에게 의존하던 정치자금의 방향을 다수 개인의 소액후원으로 바꿨지만 정치인의 '검은돈'을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치전문가 3인은 최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정치자금법의 허용 범위를 넓히고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치자금법에 대해 "정치 활동을 묶어 놓는 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라며 "돈을 쓰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에 '검은돈의 귀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사무총장은 현행 정치자금법을 비판하면서 "우리 정치인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가진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정치자금법이) 현행대로 유지되면 걸리면 불법 안 걸리면 합법이 되는 시스템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또 "정당에서 운영하는 비용으로는 선거자금을 대기가 어렵기 때문에 후보자의 기탁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깨끗해질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 역시 현재 정치자금법이 비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선거자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치자금 허용 범위를 너무 이상적으로 줄여 놓은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20년 전 정치자금 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정치자금의 범위를 넘어서 쓰거나 불법 부패에 연루된 걸 비판하는 게 해법은 아니다"라며 "미국처럼 정치자금 허용 범위를 풀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관련해서도 "허용 조건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규제가 많다 보니 돈 없는 정치 신인이나 청년은 정치권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고 현역 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앙 정치뿐만 아니라 지방 자치 차원에서의 부패가 더 심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투명성을 높이고 기록을 보존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불체포 특권을 악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불체포 특권을 없애려면 헌법을 개헌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헌법 정신과 대한민국 정치 현실에 맞게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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