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의원에게 한 푼 줍쇼! 김 의원 좋은 사람입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동료인 김남국 의원을 돕기 위해 뜬금없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글의 제목이다.
정 의원은 때로는 막말 논란, 때로는 사이다 발언으로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런 명성 덕분에 야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후원금 모금 한도를 일찌감치 채우는 여유를 보였다.
반면 초선 의원인 데다 야당 핸디캡에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 의원은 후원금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가 오죽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내는 비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솔로 탈출 방법을 공유하면서까지 관심 끌기에 나섰겠는가. 김 의원은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조언)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면서 본론을 꺼냈다.
김 의원은 “정말 아껴 쓰겠다.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면서 지난해 선거 지원 때 보좌진과 함께 후원금을 아끼기 위해 호텔이 아닌 모텔을 이용했다는 사연도 전했다. 이후 제법 많은 호응을 이끈 김 의원은 며칠 뒤 페이스북에 “후원 글이 화제가 돼서 정치 후원금이 쇄도했다”며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군소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호소는 더 눈물겹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본인 블로그에 “후원금 마감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며 “도와 달라”고 썼다. 이어 “후원금은 이제 절반, 마감은 하루 남았다”며 “구걸이라 조롱해도, 구질구질하다 핀잔해도 괜찮다. 의원실 보좌진, 당직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기꺼이 일할 수만 있다면 ‘아주 그냥 나쁜 X’이 돼도 괜찮다. 도와 달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정치후원금 마감 직전에 벌어진 여의도 정치판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는 대선·지방선거 등을 치른 해라 평년(1억5000만원) 대비 2배(3억원)까지 후원금을 걷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원들은 더욱 절박하게 읍소에 나섰다. 게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느 해보다 후원금 모금 과열 양상을 보였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소위 ‘얼굴값’이나 ‘말싸움’ 좀 한다 하는 의원들은 후원금 모집이 상당히 쉬운 편이다. 이로 인해 당대표,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매일 아침 당 회의에서 얼굴을 비치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국회에 처음 입성한 후 후원 계좌를 열었는데 약 2시간 30분 만에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모집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선거가 모두 끝난 뒤 당선돼 올해 모금 한도액이 1억5000만원으로 절반이었지만 당일 마감한 것이다.
권력이 집중되는 집권 여당 의원들도 후원금 모집이 수월한 편이다. 국민의힘에선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대표적이다. 권 의원 측은 후원금 한도를 모두 채워 지난 9월 계좌를 닫았다고 전했다. 초선이지만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도 12월 초 후원금 모금을 가뿐히 마감했다.
반면 친이준석계 의원으로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에서도 탈락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후원금 마감에 막판까지 고군분투했다. 허 의원은 한일국회의원축구대회에서 여성 의원 최초로 첫 골을 터뜨린 장면으로 시작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뒤 “여의도에서 시원한 ‘민생 골’을 넣겠다”며 후원을 부탁했다.
야권에서는 ‘개딸(개혁의딸) 팬덤’을 가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덕을 본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 저격수로 나서며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불리는 김의겸 의원은 지난해 후원금 한도액인 1억5000만원(비례대표 한도)을 모두 채웠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논란을 샀던 민형배 의원도 이 대표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소액 후원금이 쇄도해 3억원 한도를 모두 채웠다.
이처럼 의원들 간 ‘후원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정치 양극화도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활동 자금에 활용되는 후원금조차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원들의 운신 폭도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기 있는 국회의원들한테 또는 인기 있는 지도자한테 후원금이 쏠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면서도 “그런 팬덤 효과를 보려고 정치인들이 서로 앞다퉈 자기 인지도 올리기에 열을 올리면 정치 양극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정책과 장기적인 비전을 잘 살펴서 후원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역 발전이나 나라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단 정쟁에 열 올리는 의원들은 피하고, 건강한 정책을 기준점 삼으면 당장 대중적 인기는 낮아도 장기적으로 (후원금) 투자를 받을 이들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말 동료인 김남국 의원을 돕기 위해 뜬금없이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글의 제목이다.
정 의원은 때로는 막말 논란, 때로는 사이다 발언으로 상당히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이런 명성 덕분에 야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후원금 모금 한도를 일찌감치 채우는 여유를 보였다.
반면 초선 의원인 데다 야당 핸디캡에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김 의원은 후원금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그가 오죽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내는 비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솔로 탈출 방법을 공유하면서까지 관심 끌기에 나섰겠는가. 김 의원은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조언)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면서 본론을 꺼냈다.
군소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호소는 더 눈물겹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본인 블로그에 “후원금 마감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며 “도와 달라”고 썼다. 이어 “후원금은 이제 절반, 마감은 하루 남았다”며 “구걸이라 조롱해도, 구질구질하다 핀잔해도 괜찮다. 의원실 보좌진, 당직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기꺼이 일할 수만 있다면 ‘아주 그냥 나쁜 X’이 돼도 괜찮다. 도와 달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말 정치후원금 마감 직전에 벌어진 여의도 정치판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현실이다. 특히 지난해는 대선·지방선거 등을 치른 해라 평년(1억5000만원) 대비 2배(3억원)까지 후원금을 걷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원들은 더욱 절박하게 읍소에 나섰다. 게다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느 해보다 후원금 모금 과열 양상을 보였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소위 ‘얼굴값’이나 ‘말싸움’ 좀 한다 하는 의원들은 후원금 모집이 상당히 쉬운 편이다. 이로 인해 당대표, 비대위원장,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매일 아침 당 회의에서 얼굴을 비치고 싶어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국회에 처음 입성한 후 후원 계좌를 열었는데 약 2시간 30분 만에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모집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선거가 모두 끝난 뒤 당선돼 올해 모금 한도액이 1억5000만원으로 절반이었지만 당일 마감한 것이다.
권력이 집중되는 집권 여당 의원들도 후원금 모집이 수월한 편이다. 국민의힘에선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대표적이다. 권 의원 측은 후원금 한도를 모두 채워 지난 9월 계좌를 닫았다고 전했다. 초선이지만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도 12월 초 후원금 모금을 가뿐히 마감했다.
반면 친이준석계 의원으로 서울 동대문을 조직위원장에서도 탈락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후원금 마감에 막판까지 고군분투했다. 허 의원은 한일국회의원축구대회에서 여성 의원 최초로 첫 골을 터뜨린 장면으로 시작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뒤 “여의도에서 시원한 ‘민생 골’을 넣겠다”며 후원을 부탁했다.
야권에서는 ‘개딸(개혁의딸) 팬덤’을 가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덕을 본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 저격수로 나서며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으로 불리는 김의겸 의원은 지난해 후원금 한도액인 1억5000만원(비례대표 한도)을 모두 채웠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논란을 샀던 민형배 의원도 이 대표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소액 후원금이 쇄도해 3억원 한도를 모두 채웠다.
이처럼 의원들 간 ‘후원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정치 양극화도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활동 자금에 활용되는 후원금조차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의원들의 운신 폭도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인기 있는 국회의원들한테 또는 인기 있는 지도자한테 후원금이 쏠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라면서도 “그런 팬덤 효과를 보려고 정치인들이 서로 앞다퉈 자기 인지도 올리기에 열을 올리면 정치 양극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정책과 장기적인 비전을 잘 살펴서 후원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역 발전이나 나라의 장기적인 비전을 세우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일단 정쟁에 열 올리는 의원들은 피하고, 건강한 정책을 기준점 삼으면 당장 대중적 인기는 낮아도 장기적으로 (후원금) 투자를 받을 이들도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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