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간 경쟁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분열의 시대가 시작됐다. 전 세계 정·재계, 학계 리더들이 모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는 새로운 지리경제적 위험(Geo-economic risks)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다보스포럼에서 다뤄질 주요 사안으로 △에너지 무기화 △반도체 전쟁 △대만 등 지정학적 긴장 △프렌드쇼어링(동맹국 내 공급망 구축)과 보조금 경쟁 △달러 패권 등 다섯 가지를 꼽았다.
세계 각국은 분열된 세계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중 간 긴장 고조로 각국은 어느 한 편에 줄 설 것을 강요받고 있으며, 정치·외교 문제가 경제 문제로 비화하며 공급망을 지배하기 위한 경제 전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역시 세계 경제의 주요 전쟁터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외에도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구매와 제조를 막는 수출 통제를 포함한 강력한 정책을 단행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 억제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반도체나 반도체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광대한 중국 시장을 잃을 위기다. 블룸버그는 “제한이 강화하면 (중국은) 보복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렌드쇼어링과 보조금으로 상징되는 공급망 구축 경쟁도 주요 이슈다. 선진국들은 자국 내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보조금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은 단적인 사례다. 보조금 경쟁의 끝은 뻔하다. 정부 부채로 신음하는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은 경쟁의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냉전의 다음 전선이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대만을 방문한 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은 최고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의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군을 파견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대만의 유사 사태는 강대국 간 전쟁으로 확전될 위험이 있다.
아울러 대만을 둘러싼 미-중 양국 간 갈등의 중심에는 경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의 본거지인 대만에서 만일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세계 공급망 혼란은 자명하다.
달러 패권도 문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일환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했다. 일부 나라들이 달러 보유의 위험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를 위안화로 구매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배경이기도 하다.
블룸버그는 “(달러의 패권 상실은) 서방의 제재가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비서구 경제 간 무역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요 원자재가 국제 시장에서 제외되면, (소외된) 다른 구매자들에게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