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전세형 주택(매입임대·건설임대) 6000여 가구 가운데 서울 지역 공급 물량은 전체 중 3% 수준에 그쳤고, 이 중 아파트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 첫 청약을 접수한 LH 전세형 주택 3000여 가구 역시 서울 지역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과 주택 형태의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형 등을 제외한 전세형 임대주택 공급 물량 6067가구 중 서울 지역에 공급된 주택은 약 3% 수준인 총 182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공급 물량 중 매입 임대는 2039가구, 공공건설 임대는 4028가구로 전세형 매입 임대 주택에서 극소수만 서울 지역에 공급됐을 뿐 공공건설 임대 물량 중에서는 서울 공급 물량을 찾아볼 수 없다. 서울 공급 물량도 모두 다세대·다가구·도시형생활주택 등 빌라 형태며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
이는 지난 16~18일 청약을 접수한 LH 전세형 주택 3213가구도 다를 바 없다. 매입 임대 602가구, 건설 임대 2611가구가 공급되는데 이 중 서울 공급 물량은 전체 중 1% 수준인 33가구에 불과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건설임대 공급도 서울은 한 곳도 없다.
또 서울 매입임대 공급주택 중 수급자와 저소득층 가구에 시세 대비 30% 수준인 임대료로 공급하는 '일반매입임대주택'에 해당하는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일반매입임대가 아닌 나머지 27가구는 임대료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전세형 임대주택은 LH가 무주택자에게 시세 대비 70~80% 수준 임대료로 공급하는 주택이다. 건설임대주택은 LH가 직접 건설해 공급하는 주택으로 전체 물량이 아파트인 영구임대·국민임대·행복주택·공공임대주택이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기존 도심의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LH의 전세형 주택 공급은 서민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한 제도지만 서울 지역 내 공급 물량이 극소수여서 주거취약계층의 수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지난해 공급된 전세형 임대주택 6067가구 중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 등 수도권 공급 물량은 2600가구였으며 나머지 3200여 가구는 지방에 분포돼 있다.
서울 지역 공급 물량이 부족한 데 대해 LH는 비용과 부지 부족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LH 관계자는 “전세형 공공임대주택은 2020년 11월 전세대책에서 시작 당시 공가(空家) 위주로 활용해 공급하는 것이 기본으로 설정됐다”며 “서울 아파트는 공가 발생이 거의 없는 데다 공사가 매입 가능한 금액 기준을 넘는 아파트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에 건설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택지 개발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추가적인 개발·공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국 모든 지역에 같은 비율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서울처럼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양질의 주택을 더 공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시장 침체기인 만큼 입지가 안 좋은 곳엔 수요가 낮아 미입주 임대주택이 늘어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내 조건이 양호한 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역세권 지역 용적률을 높여 기존 토지 소유자와 LH에 나눈 다음 환수한 용적률을 활용해 서울 도심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는 “현재 전세사기 등 불안정한 임대차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인 가격 하락을 해결해야 한다”며 “주택시장 경착륙을 피할 수 있는 종합적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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