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 시장] [르포] '빌라왕' 주홍글씨… 2030 '성지'에서 '무덤'된 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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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현 수습기자
입력 2023-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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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개업소도, 집주인도 '곡소리'..."전세 얘기만 해도 예민"

  • 강서구 전체 거래의 약 70% 이끌었는데...전세 거래도 반토막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 [사진=임종현 수습기자]

"전세 얘기만 꺼내면 손님들이 예민하게 반응해요. 믿을 만한 집주인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어요."(강서구 화곡동 A중개업소 대표)    

한때 '갓성비 빌라' 성지로 불리며 2030세대를 끌어모았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화곡동에서 전세 거래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1139채를 보유한 채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가 화곡동에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도화선으로 작용하며 '전세사기 무덤'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탓이다. 

24일 찾은 화곡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빌라왕 전세사기' 이슈로 이 일대 전셋집을 구하는 발길이 뚝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화곡동은 대표적인 빌라 밀집 지역으로 전세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이었다. 지난해 화곡동 연립·다세대(빌라) 전세 거래량은 총 5176건으로 강서구 전체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7711건) 가운데 67%를 차지했다. 강서구에서 이뤄지는 빌라 전세 거래 3건 중 2건이 화곡동에서 거래된 셈이다.

그러나 '빌라왕' 사건 이후 화곡동 전세시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화곡동 A중개업소 대표는 "(전세를 찾는) 전화 문의조차 없다"며 "소수 사기꾼 때문에 선량한 다수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곡동에 전세사기가 집중된 이유는 김포공항과 가까워 고도제한 등 규제로 아파트 신규 공급이 많지 않은 탓에 아파트 시세 대비 30~40% 저렴한 빌라를 찾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역세권, 신축 전세 매물에 초기 자본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 몰렸다. 빌라는 같은 층조차도 유형이 달라 아파트처럼 임차인이 정확한 시세 정보를 알기 어려운 만큼 사기의 대상이 되기 쉽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B중개업소 대표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거래가 얼어붙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빌라왕 사건까지 터졌다"면서 "요즘 화곡동 일대 중개업소들은 손님 구경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빌라왕' 사건이 불거진 이후 화곡동 연립·다세대(빌라) 전세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화곡동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량은 257건으로 11월(303건)에 비해 15.1% 감소했다. 1년 전인 2021년 12월(479건)과 비교하면 46.3% 감소한 것이며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인근 중개업소나 주민들은 화곡동 일대가 '전세 사기 집중 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앞으로 거래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점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파악한 상위 30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악성임대인) 지역별 통계에 따르면 화곡동에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사고는 737건으로 압도적 1위였다. 서울 전 지역 사고(1769건) 중 41%가 집중됐다. 인천 부평구(189건), 인천 미추홀구 숭의·주안동(160건), 서울 양천구 신월동(157건)에 비해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화곡동 C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사고 다수 발생 지역이라는 어두운 이미지가 화곡동 전체에 씌워졌다"며 "정상적인 매물만 거래한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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