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사세 확장 카나리아바이오그룹…IB 출신 나한익 대표의 M&A '사채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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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기자
입력 2023-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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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기술투자, 지분 18% 250억원에 인수…재무적 M&A로 외연 확장

  • "좋게 말하면 지분 스와프, 나쁘게 말하면 돈 돌려막기"

  • 금감원 사모CB 단속 나서…향후 M&A는 '글쎄'

카나리아바이오 CI [사진=카나리아바이오]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사세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바이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룹은 지난 1년간 현대사료, 세종메디칼, 두원사이언스제약, 헬릭스미스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인 리더스기술투자까지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사 최고경영자인 나한익 대표의 전환사채(CB) 활용 투자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그룹 자회사 중 하나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할 대상 회사가 사들이게 만들어 실제 인수 비용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지주사 격인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에이티세미콘으로부터 리더스기술투자를 인수 완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나리바이오엠은 에이티세미콘이 보유한 리더스기술투자 보유 지분 18.04%(2346만5308주) 전량을 250억원에 양수하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인수합병 거래로 회사는 전략적 M&A뿐만 아니라 재무적 M&A 사업으로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출자 스케일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상 바이오와 같은 신기술사업을 하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 범위도 상장사, 프리IPO, 비상장, 메자닌 등으로 다양해 사실상 중소형 PEF가 조성하는 펀드와 차이가 없는 셈이 된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신기사를 보유하면 펀드 조성이 가능해진다"라며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바이오 펀드를 조성해 다른 LP 모집이 가능해진 만큼, 기업의 투자규모도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카나리아바이오엠→에이티세미콘→카나리아바이오 출자 구조… 헬릭스미스, 세종메디칼 딜과 유사
다만 이번 M&A 거래구조 역시 석연치 않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인수합병 구조를 살펴보면, 매각자인 에이티세미콘이 지난 13일 카나리아바이오(카나리아바이오엠 자회사)가 발행한 사모CB 100억원을 현금을 주면서 사들인다. 이어 16일에는 카나리아바이오가 2차로 발행한 사모CB 150억원까지 현금으로 매수한다. 카나리아바이오가 100억원어치 사모CB를 발행했던 날짜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에이티세미콘에 계약금 5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한 날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16일에도 카나리아바이오엠이 에이티세미콘에 중도금 100억원을 지급하고 그 다음날에는 남은 잔금 100억원을 납부하게 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에이티세미콘→카나리아바이오 출자 구조가 완성되기 때문에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지갑에서 실제로 나가는 비용은 0원이 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리더스기술투자 거래 외에도 헬릭스미스, 세종메디칼 등 주요 자회사 역시 'CB로 돈 돌려막기'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진행했던 350억원 규모의 헬릭스미스 경영권 인수 구조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수 대상 회사였던 헬릭스미스는 세종메디칼(카나리아바이오엠 자회사)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세종메디칼을 통해 300억원을 확보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기자본 50억원을 들여 헬릭스미스의 유상신주를 사들인다. 즉 카나리아바이오엠 입장에서는 헬릭스미스를 50억원에 인수하는 셈이 된다. PEF 관계자는 "불법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지분 스와프, 나쁘게 말하면 돈 돌려막기로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고 분석했다. 
 
나한익 대표, 정통 IB맨으로 자본시장 이해도 높아…문제는 측근들 경력 논란
증권가에서는 사세 확장 배후로 나 대표를 거론하고 있다. 나 대표는 미국 보스턴대학 출신으로 오하이오주립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맥쿼리증권과 노무라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바 있다. 다만 나 대표를 보필하는 주요 임원들의 경력 논란 때문에 적잖은 투자자들이 "찜찜한 구석이 있다"며 토로하는 모양새다.

현재 카나리아바이오엠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이창현 대표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셋톱박스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회사 홈캐스트에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홈캐스트는 당시 주가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신재호 대표이사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윤병학 사장은 카나리아바이오엠 총괄사장, 카나리아바이오 총괄사장(미등기임원), 세종메디칼 대표이사 등을 맡고 있는데 그의 HLB 경력 허위기재 이력 논란이 최근 화제가 됐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외형 부풀리기가 불안해 보인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하지만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이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사모CB 조달 방식은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9일 '사모CB 합동대응반'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CB발행결정 주요사항보고서상 대용납입 자산의 평가방법 적정성 등을 중점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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