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차 전성시대…경기불황 전조 '양극화'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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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3-0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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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인 벤틀리의 생산공정 모습 [사진=벤틀리모터스코리아 ]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초고가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고급차 제조사들마다 판매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올해도 초고가 자동차의 판매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경기침체의 대표 현상인 ‘양극화 현상’의 전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르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30만9884대를 판매해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한국 시장에서도 8963대의 판매량을 보이며 초고가 스포츠카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벤틀리도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 1만5174대를 판매해 최다 판매 기록을 새롭게 썼다. 한국 시장에서는 775대가 팔려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에 올랐다.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 역시 같은 기간 각각 6021대, 9233대를 판매해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롤스로이스는 올해 출고 예약 물량이 막바지에 이를 정도로 벌써 1년 농사를 끝마친 상태다. 

반면 대중차 브랜드는 재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출고대란과 반대 양상이다. 고금리로 신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사전계약 물량을 너도나도 취소한 탓이다. 경차인 ‘캐스퍼’와 ‘모닝’, 대형 SUV ‘모하비’의 경우 즉시 출고가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

한때 1년 이상 대기해야 했던 기아 ‘쏘렌토’의 경우 이달 주문할 경우 5개월이면 받을 수 있고,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1~3개월 안에 출고가 가능해졌다. 최근 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한 ‘그랜저’는 계약 취소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문 시 즉시 출고가 가능한 물량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들마다 파격 프로모션을 제시하며 할인 경쟁에 돌입했다. 기아는 최근 모닝의 할부 이자를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책정하는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나섰다. 르노코리아차는 구매 원금 1000만원을 낸 고객의 할부 이자를 2.9%까지 낮춰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인 미국에서는 이미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BMW는 지난달 대비 30% 인상한 1766달러를, 폴크스바겐은 14.5% 올린 1704달러, 현대차도 9.8% 높인 1076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생태계를 교란할 정도로 차량 가격을 대폭 인하해 제조사들의 할인 치킨게임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는 최근 미국의 신차 재고가 56일치로 역대 최고 수준을 넘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15년 이상 고령차가 늘어나는 점도 이러한 추세와 무관치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5년 이상 고령차는 총 297만8460대로 전년 278만5206대와 비교했을 때 6.94% 증가했다. 15년 이상 고령차는 최근 5년 동안 270만~280만대를 유지하는 흐름을 보이다 지난해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출고대란 영향도 크지만 소비자 신차 구매 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간접 반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고급차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양산차 판매가 저조해지는 상황을 경기불황의 전조로 해석하고 있다. 품목을 막론하고 경기불황이 심해질수록 소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가 신차 수요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정부의 긴축정책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양산차 제조사들마다 판매 실적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매여력이 큰 소비자들은 경기침체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보복소비 경향도 있어 양극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중국 생산공장인 상하이 기가팩토리 생산라인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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