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반도는 물론 세계 곳곳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난방·전력용 원자재 확보 경쟁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기업과 서민 가계 모두 비용 부담에 신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스·석탄 수입액 '사상 최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그 여파로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가운데 가스와 석탄 수입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치솟았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와 석탄 수입액은 각각 567억 달러, 281억 달러로 집계됐다. 1956년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종전 가스 수입액 최대치는 2014년 366억 달러, 석탄은 2011년 183억 달러였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호주(153억 달러)였다. 이어 미국(119억 달러), 카타르(85억 달러), 말레이시아(55억 달러), 오만(47억 달러) 등 순이었다. 석탄 역시 호주(124억 달러)가 최대 수입국이다. 러시아(57억 달러), 인도네시아(35억 달러), 캐나다(26억 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13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이 호주에서 수입한 가스는 전체 수입량 중 27%로 집계됐고 석탄은 44.2%에 달했다.
지난해 원유 수입액은 1058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던 2012년(1083억 달러)에 조금 못 미쳤다. 한국의 최대 원유 수입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지난해에만 376억 달러를 지급했다. 전체 원유 수입액 중 35.5% 수준이다. 이어 미국(140억 달러), 쿠웨이트(107억 달러), 아랍에미리트(UAE·92억 달러), 이라크(85억 달러) 등 순이었다.
이로써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 합계는 약 1908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관련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발 고금리 기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달러 표시 수입액이 늘어난 영향도 컸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수입 단가가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며 "동절기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조기 확보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수입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지속에 역대급 한파까지···올해도 '빨간불'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지속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일단 원자재 가격 상승을 부추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종전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다. 당분간 러시아산 에너지 원자재 공급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종식될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쟁이 길어지면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혹여 어느 시점에 종전되더라도 이미 급등한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겨울 추위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도 악재다. 중국 등 전 세계를 덮친 한파가 한반도에도 상륙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발효됐다. 정부는 설 연휴 직후부터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비상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이호현 산업부 전력정책관은 "기록적인 추위가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열 공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전국 곳곳 사업장이 정상 조업을 재개하는 25일 오전부터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수요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설에도 연휴 마지막 날 전력 수요가 63.8GW(기가와트)에서 다음날 78.8GW로 증가한 바 있다. 연휴 기간 정지 상태였던 발전 설비를 재가동할 때 예기치 않은 고장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긴장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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