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11월 21일~1월 23일) 은평구 아파트 값 하락률은 -6.13%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지역 평균(-4.93%)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 들어서만 은평구 집값은 1.32% 떨어져 서울 평균(-1.1%)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굵직한 개발 호재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은평구는 연신내 역에서 강남권까지 20분 안에 갈 수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노선의 내년 개통을 앞두고 있고 은평구 새절역에서 관악구까지 이어지는 '서부선 경전철'(2028년 개통 목표), 독바위역에서 서울역과 용산, 강남까지 30분 내로 갈 수 있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약 11만2000㎡ 부지에 공동주택 2451가구를 짓는 대조1구역(대조동 88 일대) 재개발사업도 최근 착공해 이르면 2025년 말 입주 가능하다.
지난달 19일엔 은평구 불광역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삼성동 코엑스보다 큰 48만㎡ 규모 업무·주거·상업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초대형 개발 계획까지 나왔다.
매매가가 30~40% 가까이 폭락한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녹번역 '힐스테이트 녹번' 84㎡는 최고가 대비 40%가량 떨어진 8억원대에 거래됐다. 응암동 '백련산해모로' 59㎡는 이전 최고가 9억원에서 32% 하락한 6억1000만원에 이달 매매 계약이 이뤄졌고 지난 14일 진관동 '은평뉴타운엘크루' 60㎡는 최고가 대비 29% 내린 가격에 거래됐다.
'초대형 개발 호재'에도 금리 부담, 서울 외곽 지역이라는 입지 등으로 시장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 위축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때문이므로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반등 기회를 찾기 어렵다"며 "앞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뚜렷한 핵심 지역이 아니면 거래 회복은 더욱 더딜 것"이라고 바라봤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시장 호황기에는 개발 호재가 집값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침체된 시장에서는 개발 호재가 있어도 매수세가 붙기 힘들다"이라며 "특히 은평구 같은 서울 외곽 지역은 수요가 적은 편이고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도 낮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도 아직 잠잠하다. 은평구 불광동 소재 공인중개사는 "작년 여름쯤부터 거래가 줄면서 요새는 1년 전보다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며 “금리가 내리기 전까지는 규제 완화나 개발 호재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낮았다. 은평구 주민 손모씨(40대)는 "불광동은 베드타운이고 고질적인 교통난이 있어 혁신파크부지나 재개발 등으로 은평구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는 없다"며 "다만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침체기인 점을 고려하면 개발 호재로 집값이 현 수준 아래로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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