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사실)만으로 부족하다. 한국 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공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국내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30%에 불과하다. 조사에 참여한 46개국의 평균치 4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결과에 놀라지 않는 사람도 여럿이다. 국내 언론의 신뢰도 하락은 이미 오래된 문제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팩트에만 천착한 뉴스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방송 등 레거시 언론에 뉴스를 기대하지 않는다. 앞선 조사에서 국내 뉴스 이용자의 열 명 중 네 명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본다고 답했다. 신문이나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뉴스를 찾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이 20대 대선 과정이었다. 증권·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경제의신과함께’ 대통령 특집이 그야말로 열풍을 일으켰다. ‘삼프로TV가 나라를 살렸다’는 반응은 레거시 언론으로서 뼈아픈 비판이었다.
신간 '뉴스, 토크하다'는 이런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 엄기영은 어떻게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뉴스는 단순한 팩트를 넘어, 대화 한가운데 놓인 듯한 생생함을 전달해야 한다. 마셜 맥루한은 이용자의 태도에 따라 매체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로 분류했다. 글자 그대로 이해하면 되기 때문에 수용자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신문은 핫미디어다. 수용자가 시청각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정보 해석에 개입해야 하는 방송 등은 쿨미디어에 속한다. 이에 더해 수용자의 능동적인 상호작용까지 요구하는 유튜브는 쿨미디어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쿨미디어의 정점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해진 답이 아닌 ‘질문’이다. 패널들의 대화 속에서 건져낸 분석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끄는 뉴스 말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양쪽의 의견을 그대로 전하는 것을 ‘객관과 균형’이라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비판한다. 토크 뉴스는 날카로운 검증과 분석으로 질문을 던지는 ‘물음표 저널리즘’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은 생산자의 의무고, 좋은 뉴스를 격려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토크 뉴스는 레거시 언론이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려는 시도이자 노력이다. 질문에 답할 때 비로소 대화는 완성된다. 토크 뉴스도 마찬가지다. 말을 걸어오는 뉴스에 답할 때, 우리는 언론의 위기가 아닌 미래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엄기영은 20년 차 기자로 국민일보를 거쳐 문화방송(MBC)에 재직 중이다.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등에서 취재를 하면서 정당 반장, 사건 팀장 등을 했다. MBC '100분토론', '대통령 선거방송' 등 시사 프로그램 제작도 경험했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정치 토론을 기획하고, TV와 OTT에서 다양하게 협업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한양대에서 커뮤니케이션·저널리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미국 네바다주립대 UNR 저널리즘스쿨에서 방문연구원(visiting scholar)으로 있으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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