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경제학] 최강 한파 덮친 한반도...맹추위에 울고 웃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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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김승권·김다이 기자
입력 2023-0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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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찾아온 동장군에...패딩 불티나게 팔렸다

  • 추위 녹여줄 상품 인기...영하 3도엔 호빵, 영하 10도엔 어묵

전국에 한파 특보가 내려진 25일 설 연휴 뒤 첫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이모씨(여·35)는 지난 23일 백화점에서 두툼한 롱패딩과 장갑을 샀다. 지난해 11월 마련한 숏패딩으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를 버틸 수 없었던 탓이다. 이달만 숏패딩으로 버티고 다음 달 봄옷을 사려고 마음먹었던 이씨는 예기치 못한 한파에 목돈을 썼다고 아쉬워했다. 

최저기온이 영하 17도로 떨어진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친 지난 25일 백화점과 아웃렛에선 패딩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귀가를 서두르는 이들이 늘면서 중심가 외식업체는 빈 테이블이 늘었다. 직접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찾아 장을 보는 것을 온라인 장보기로 대체하는 이들이 늘면서 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다시 찾아온 동장군에...아웃도어 매출 뛰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현대아울렛에서 아웃도어 매출은 1년 전인 지난해 1월 26일 대비 각각 72.7%, 68.3%로 치솟았다. 이는 전주 대비 두 배가량 급증한 수준이다. 이달 16~20일 현대백화점 아웃도어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6.2% 증가했다.  

겨울 패션 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25일 현대백화점의 패션부문 매출은 남성 부문 37.7%, 여성 부문 30%씩 증가했다.  

겨울 상품 판매 호조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31.9% 성장했다. 지난 겨울 정기세일(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4일까지) 때 거둔 판매 실적(10.1%)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해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24~25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4% 뛰었다. 

최근 백화점들은 잘 팔리는 품목을 매장에 전진 배치하면서 판매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장갑을 판매하는 임시매장을 백화점 입구 주변에 설치하고 매장별 온도를 달리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패션, 아웃도어 매장이 있는 층은 다른 매장에 비해 실내온도를 1~2도 낮춰 시원하게 한다"면서 "온도 마케팅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점프업 비주얼 테마. [사진=연합뉴스]

반면 복합쇼핑몰인 아웃렛은 기록적 한파에 고객 발길이 끊기며 매출 역신장을 기록했다. 지난 24~25일 이틀 간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아울렛(도심형 포함) 매출은 전년 동기(2022년 1월 24~25일) 대비 10% 감소하며 실적이 뒤걸음쳤다. 

패션업계는 모처럼 활짝 웃었다. 뒤늦은 한파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다. 신성통상의 SPA브랜드 탑텐도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진 이달 18~24일까지 겨울 아우터 매출이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덩달아 발열내의 매출도 50%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맨의 이달 1~25일까지 패딩 매출은 지난 11월 1~25일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캐주얼 감성의 짧은 기장 푸퍼 스타일인 구스 다운의 판매가 호조세를 보였다. 

체온 유지를 돕는 발열내의 약진도 눈에 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브랜드 자주(JAJU)는 지난 2주(1월 12~25일)간 자주 히트(JAJU HEAT)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7%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영하 20도를 오가는 한파가 계속되자 기본적으로 많이 찾는 라운드 스타일뿐 아니라 모크넥, 터틀넥 등 보온성을 높이고 겉옷과 함께 겹쳐 입을 수 있는 발열내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커머스업계도 화색이 돌았다. 최근 4일간 G마켓의 방한의류 판매량도 부쩍 늘었다. 전주 대비 이달 22~25일 남성 패딩은 46%, 여성 패딩은 31% 증가했다. 특히 기모 스타킹과 부츠·방한화 판매량은 각각 100%, 83% 급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다소 포근하던 겨울 날씨에서 갑작스럽게 한파로 바뀌며 겨울 아우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뒤늦은 한파에 아우터와 방한용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각 업체별로 겨울 신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위 녹여줄 상품 인기...영하 3도엔 호빵, 영하 10도엔 어묵

기온이 뚝 떨어지면 주가가 오르는 상품은 따로 있다. 편의점에서는 호빵, 어묵, 두유 등이 잘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25일까지 3개월 간 주요 상품 매출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매출지수는 특정 기간의 하루 평균 매출을 ‘100’이라고 할 때 특정한 날의 상대적 매출을 표시하는 지수다. 숫자 100을 넘으면 평균보다 많이 팔렸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겨울철 먹을거리인 호빵은 최저기온이 영하 3도일 때 매출지수가 100을 넘고, 영하 6도가 되면 최고조에 도달했다. 
어묵은 영하 2도를 기점으로 매출지수 100을 상회하기 시작해 영하 10~13도 때 150에 육박하며 가장 잘 팔렸다. 두유는 0도를 기점으로 100에 근접하기 시작해 영하 6도일 때 매출지수 120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매출을 보였다.

지난 23~25일까지 편의점 GS25에서 가장 잘 팔린 제품은 따뜻한 원두커피다. 전주 대비 매출 신장률은 101.9%로 집계됐다. 온음료 제품을 찾는 고객들도 많았다. 꿀물과 유자음료와 쌍화탕 매출은 각각 87.7%, 74.4% 신장했다. 

주택가에 인접한 지역에 자리하는 편의점 특성상 먹거리 수요도 급증했다. 국물류 가정 간편식(HMR) 제품 매출이 50.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관계자는 "급격하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추위를 달래줄 따끈한 식품들이 잘 팔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국물제품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 23~25일 사흘간 롯데마트 식품 판매 추이를 살펴본 결과, 국물봉지라면의 매출 신장률이 55% 뛰었다. 국·탕·찌개와 국밥·죽 제품도 각각 40% 늘었다. 치킨 배달도 증가세를 기록했다. 교촌치킨과 bhc 매출은 전주 대비 약 30%, 22.3% 신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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