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와 육지 연결하는 해저터널'...'경제성, 안전성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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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3-0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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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설 강풍에 필요성 더욱 높아져..비용 대비 효용 적다 의견 갈려

제주공항 줄줄이 결항 [사진=연합뉴스]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저터널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됐다. 폭설, 강풍 등으로 마비가 되풀이되는 제주공항에 대한 대책으로 해저터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이 끊길 때마다 해저터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막상 실현하기에는 막대한 예산 등으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해저터널,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강풍과 폭설로 끊기는 제주하늘길 '해저터널이 대안이다'

해저터널에 대한 논의는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됐다. 

영국과 프랑스가 1994년 도버해협 38㎞를 가로지르는 유로터널(50.45㎞)을 완공하자 한·중·일 해저터널 계획에 이어 전남∼제주 해저터널 계획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02년 관련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당시 국내 건설업계에서는 놓쳐서는 안 될 대형 건설 프로젝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심지어 제주에서 출발해 해저터널을 지나 복원된 경의선을 타고 남원, 평양, 영변 약산을 거치는 가상의 통일 여행을 그린 뮤지컬이 등장할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2007년 9월 5일 제주도와 전라남도는 구체적인 해저터널 청사진을 내놓고 건설계획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제주시∼추자도∼보길도 73㎞ 구간에 해저터널을, 보길도∼노화도∼완도 36㎞ 구간에는 해상 교량을 각각 건설해 총연장 109㎞를 연결한다는 복안이었다. 

건설비용은 14조∼20조원으로 추산했다.

완공된다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2시간 26분 정도가 걸려 항공 노선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전남도는 폭설, 강풍 등으로 마비 사태가 반복되는 제주공항의 보완책, 대안으로 고속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이 끊겨 수만 명이 제주에 고립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24일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467편이 전편 결항돼 4만명 이상의 발길이 묶였다.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하루 3만~4만명이던 공항 입도객은 24일 700명 수준에 그쳤다.

다행히 다음 날(25일) 항공편이 정상적으로 운항했으나 결항 여파로 제주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뤘고 100편 이상이 지연돼 귀성객과 관광객들이 이중고를 겪었다.

제주, 또다시 폭설 [사진=연합뉴스]

◆ 천문학적인 예산·건설기간 등 '해저터널 건설 만만찮아'


수년째 논란인 해저터널을 제주항공 결항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여론이 이처럼 뜨겁지만 제주도민사회 찬반갈등이 심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이나 건설 기간 등을 고려하면 단시간에 해결책이 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제주~전남 해저터널이 처음 제기된 건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에서지만 제주에서 첫 등장한 건 2007년 7월이다.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의 제안을 받아들여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전남 해저터널 계획을 함께 추진하기로 발표한 데 이어 9월에는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제출한다.

같은 해 10월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교통수요와 가용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회신했고 제주도 역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했다고 인정했다.

해저터널에 도민사회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시기는 2010년이다.

국토해양부가 제주~전남 해저터널 타당성 조사 용역을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의뢰한 것이다.

해저터널 사업계획은 시기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당시 타당성 조사를 한 기준으로 보면 사업비 20조813억원, 사업기간 14년에 달하는 초대형 공사다.

타당성 조사팀은 연간 이용객을 1200만명 이상으로 예측했지만 B/C(비용 대비 편익 비율)분석 결과, 0.71~0.78로 경제적 타당성 기준치인 '1'에 미치지 못했다. 경제성이 낮다는 의미다.

기술적으로 최대 수심 160m인 추자~제주 구간은 고수압으로 공사는 물론이고 운영 중에도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섬 고유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제주는 숙박을 하지 않는 당일 관광지가 돼 체류형 관광객이 감소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제주∼전남 해저터널 구상도 [사진=연합뉴스]

한편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번 설 연휴 강풍, 폭설로 인한 제주공항 결항 사건을 계기로 '해저터널'에 대한 논란을 다시 들고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26일 전남도청에서 진행한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제주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을 대선 공약에 반영해달라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서울-제주 고속철도는 전국을 하나로 연결하는 시대를 앞당길 수 있고, 수송량 분산과 국민 생활권 확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구상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로 세계적 관광 상징물로 만들 수 있다며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항공 분야 탄소배출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저터널에 반대해왔던 제주도민들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전라남도가 오랫동안 강하게 주장해왔던 해저터널이 여당 대선후보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제주 정가의 고민도 복잡해지고 있다.

과연 해저터널은 강풍, 폭설로 인해 막히는 하늘길의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아직 그 해답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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