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방지 필요" VS "이중 처벌"...'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찬반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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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1-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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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청사에서 ‘제시카법’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고위험 성범죄자에 대해 보육시설 500m 이내 거주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이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찬반 논의가 격화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 출소 인원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필수적 제도라는 주장이다. 반면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함께 과잉금지 원칙 등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26일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과제로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 후에도 법원 결정으로 학교와 어린이집·유치원 등 교육·보육시설 500m 이내 지역에 살지 못하도록 거주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시행 중인 제시카법은 아동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 등 구역 약 610m 이내에는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약 30개 주(州)에서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법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출소하는 성범죄 전과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아동 성범죄자 재범 방지를 막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법제로 보고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성폭력사범이 총 4892명 출소할 예정이다. 이 중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총 3265 명으로 전체 중 66.7%에 달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출소하는 성 포식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법이다. 해당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실상 요건이 세 가지나 필요하다.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나 13세 미만 아동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람 등이 대상이다. 여기에 상습적 습벽 등을 고려해 법원이 최종 결정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는 크지 않다. 이중 처벌이나 소급효 금지 원칙을 위배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 역시 해당 법제에 대한 위헌 가능성을 일축하는 상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6일 관련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추진 법제는) 형벌 규정이 아닌 보안처분 규정이기 때문에 이중 처벌이나 소급효 문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헌법학계에서는 과잉금지 원칙 등을 이유로 해당 법제에 대한 위헌 가능성을 제시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과잉금지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제한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헌법상 대원칙이다. 이중 처벌 가능성은 없더라도, 현실과 맞지 않는 과도한 보안처분은 여전히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2018년 헌법재판소 산하 헌법재판연구원이 펴낸 ‘보안처분의 헌법적 한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형벌과 보안처분을 병과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 아니라 하더라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안처분 역시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형사 제재이므로 합목적적인 이유만으로 보안처분을 부과하면 헌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법제는) 보안처분 중 하나로 헌재 판례에 따라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위배되기는 힘들다. 다만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국내에서는 인구와 시설이 밀집된 대도시는 물론이고 소도시 거주조차 사실상 막히게 돼 주거 제한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지고 거주가 일절 불가능해진다. 일률적인 법제와 기술적 방법으로 수백 m 이내에 거주를 금지하는 방식은 헌법이 금지하는 과도한 제한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유지 중인 전자발찌 제도나 위치 추적에 대한 보완과 함께 형 집행 이후에 피해자 접근 금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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