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갈수록 이재명 대표 리스크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 대표 방어에 급급하면서 당 운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는 당 대표 출마 전부터 정치권 안팎에 널리 공유됐던 인식이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었다. 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연루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당 리스크로 확대된다는 건 상식이다. 또 정권교체 이후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파다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출마를 강행했다. 자신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한편에서는 당을 불구덩이로 몰아넣은 도박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후 전개 과정은 우리가 익히 아는 대로다.
먼저 이 대표 측근 정진상과 김용이 구속 수감됐다. 또 이 대표 관련 피의 사실도 잇따라 보도되면서 불리한 여론이 형성됐다. 급기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과 관련해 두 차례 검찰에 출석했다. 정당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건 처음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민주당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측근들은 정치 검찰에 의한 기획 수사라며 여론과 동떨어진 행보를 걷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 혐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야당탄압과 정적제거 프레임에 동조하는 국민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이 착각하는 게 있다. 이 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수사 받는 양심범이 아니다. 그에게 제기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업무상 배임, 부패방지법 위반 등이다. 그렇다면 검찰 조사에 적극 응해 사실을 규명하는 게 자신과 민주당을 지키는 길이다. 한데 지지층 결집과 장외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당사 압수수색을 물리적으로 방해했다. 또 이 대표 검찰 출석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동행했다. 국민들 눈에는 사법 시스템을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충분했다. 어쩌면 검찰과 여당은 이런 장면을 기대했을지 모른다.
가짜뉴스를 유포해 선동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성남FC 후원금 수사와 관련 “이미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한 번도 무혐의 종결된 사실이 없다. 2018년 6월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당시 경기지사)를 뇌물죄 혐의로 고발한 이후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경찰은 수사를 뭉개다 2021년 7월 ‘무혐의 불송치’로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고발인이 이의 제기하면서 사건은 종결되지 않고 검찰로 넘어갔다. 정권교체 이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를 재개해 지난해 9월에야 기소 의견으로 송치돼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구속영장 발부 주체가 법원임을 알면서도 검찰 탓으로 돌린 이전 행태와 같다. 앞서 이 대표는 김용과 정진상 구속 당시 “윤석열 검찰의 보복 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사법부가 발부했다. 게다가 영장실질심사에도 불구하고 법원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김명수 대법원 체제에서 오죽하면 구속영장까지 발부했을까 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는 누구보다 사법 절차를 잘 아는 변호사. 이러니 진중권 교수가 “감옥에 가봐라. 죄 있어서 온 사람 어디 있나.”고 비아냥거리는 것이다.
언젠가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로 “민주당에는 염치와 실력, 민주주의가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하는데 인색했다. 대신 염치없는 논리를 반복했다. “우리는 잘못 없다, 정치검찰이 문제다, 사법부가 썩었다.” 김경수 댓글 조작사건, 정경심 사건, 환경부 블랙리스트까지 민주당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 판단에도 불구하고 “체크리스트”라며 강변했다. 정경심은 징역 4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징역 2년, 김경수 전 지사는 징역 1년 6개월을 받았다. 김경수는 대통령 최측근, 정경심은 조국 전 장관 부인, 김은경은 문재인 정부 장관으로 하나같이 당시 정권과 밀접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문재인 정부 김명수 사법 체제 아래서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또 박원순 시장 성폭력 사건과 안민석 의원의 윤지오 의인 퍼포먼스, 김의겸 의원 청담동 술자리 폭로 또한 마찬가지다. 박 시장 사건 당시 민주당은 “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피해 호소인’이라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안민석 의원 역시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 윤지오를 의인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촌극으로 일단락 됐다. 김의겸 의원은 “다시 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할 것”이라며 자신을 정당화했다. 박 시장 사건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김재련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님의 뜻은 무엇이며, 무엇을 기억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당 소속 의원 중 ‘그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며 “박원순 사건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다.
민주당은 이제라도 이재명 리스크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당 전체가 이 대표 변호를 맡은 로펌처럼 움직인다면 수렁에서 헤어날 수 없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혐의는 성남시장 시절 발생한 것으로, 민주당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이 대표 또한 민주당을 아낀다면 개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 기소된다면 재판장에서도 당대표직을 유지할 것인가.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22~23일) 결과 검찰 기소 시 이 대표 거취를 묻는 질문에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63.8%, ‘유지해야 한다’는 27.9%였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세 명 중 한명(33.4%)는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밑바닥 민심을 헤아리고 염치를 회복해야 한다. 한데 민주당은 이번 주말 서울에서 장외 투쟁을 개최한다고 한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