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이슈]컴퓨터가 투자해주는 '퀀트'… 수익률 14%인데 한국선 왜 인기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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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재 기자
입력 2023-01-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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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주관 배제한 정량적 지표 따라 기계적 투자

  • 미국에선 100년 된 전략으로 관련 펀드만 500조원

  • 한국 투자시장 역사 짧아… 역사적 수치 아직 부족

  • 관련 상품도 총 10개뿐… 시장 확대 가능성은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자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가 미국에서 다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연초 이후 최대 14%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퀀트 투자'에 대한 국내 수요는 적은 편이다. 서학개미도 최근 미국 ETF를 쓸어담고는 있지만, 퀀트 ETF에 대한 매수 목록은 상위 종목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30일 미국 컨설팅업체 베타파이(VettaFi)에 따르면 '퀀트' ETF는 총 76개로 10개를 제외한 66개 상품이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만들고 있는 ETF는 중국에 상장된 A주에만 투자하는 'RAYC(Rayliant Quantamental China Equity ETF)'로 13.8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AI Powered Equity ETF (AIEQ)'는 11.28%의 수익률을 내는 등 미국 퀀트 ETF 상품은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퀀트 투자'란 펀드매니저가 아닌 컴퓨터가 계량분석을 해 투자 대상의 수익률을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정성적 분석 대신, 수치화된 정량적 지표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며 투자 시장이 세워진 이래로 유럽과 미국에서 100년 가까이 사용된 전략이다. 

지난해 11월부터 3달 동안 퀀트 ETF의 평균 수익률은 9.64%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7.08%, 다우존스지수는 3.40%, 나스닥지수는 4.68% 올랐다. 유럽 최대 금융 정보 회사인 유로머니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발행하는 월간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는 지난해 11~12월 미국 주식시장이 침체기였던 와중에도 퀀트로 투자한 헤지펀드는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수익률을 창출했다며 올해부터는 퀀트 방식으로 계속 투자를 이어가도 유의미한 수익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금융 플랫폼 업체 톱털닷컴(toptal.com)에 따르면 퀀트 투자 비중은 미국 전체 투자 시장(약 3경원)에서 총 35.1%를 차지, 퀀트 펀드 규모는 500조원에 달한다. 퀀트 ETF 시장에도 순유입 자금이 8000억원 이상 몰리며 전체 ETF 상품 분야 중 8위에 올랐다. 지난 10년 동안 환율 변화 등 거시적인 변화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퀀트 전략이 현 시장 상황에서는 대응이 가능하다고 미국 투자자도 판단한 것이다. 

반면 한국에서의 퀀트 투자 방식은 미국과 달리 수요가 낮다. 이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서학개미들은 미국 ETF 투자를 집중 매수하고 있지만, 상위 50위권 중 퀀트 ETF 상품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퀀트로 국내외 ETF 시장을 분석하는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처럼 1970년대까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대량의 수치를 모아 분석하기에는 국내 투자 시장 역사가 짧다"며 "아직까지 정량적인 기법보다는 코스피200, 레버리지 등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종목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타 성향이 강한 국내 투자 문화와 달리 미국은 퀀트로 기본 1년에서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한다"며 "투자 문화가 달라 퀀트 시장 규모가 다른 점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 사모펀드에서 퀀트를 이용해 투자를 하는 경향이 많아졌다"면서도 "아직까지 일반 투자자들이 이를 이용해 투자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은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퀀트 시장의 순자산 유입 규모도 수익률 대비 저조한 편이다. 이날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퀀트 펀드 11개의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8.17%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8.32%)과 해외 주식형 펀드(8.16%)와 비슷하지만 펀드 개수·설정액·순자산 규모는 최대 700배까지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 퀀트 전략을 내세운 ETF도 DB금융투자의 '마이티 다이나믹 퀀트액티브'·한화자산운용의 아리랑 KS가중TR 시리즈·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로우볼·모멘텀·우량가치 등 총 10개로 파악된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9.26%이며 '마이티 다이나믹퀀트액티브'가 퀀트 ETF 기준 최대 수익률인 11.76%를 내고 있다. 평균 1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 중이지만, 같은 기간 내 ARIRANG KS밸류가중TR의 개인 순매수는 2억원, TIGER 우량가치 7800만원, TIGER 모멘텀 670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순매도를 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도 "국내에서 아직 퀀트 ETF에 대한 수요는 많이 없는 편"이라며 "ETF에 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에만 이용되는게 전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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