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 넘쳐나는 재고로 인해 반도체를 생산할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구조다.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3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올해 영업 손실이 50억 달러(약6조14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 부작용, 우크라이나 전쟁, 역대급 인플레이션, 공급망 혼란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인 재고는 기록적인 속도로 급증해 3~4개월 분량으로 치솟았다. 고객들이 주문을 줄이면서 재고는 쌓이고 가격은 급락했다. 소비자와 기업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속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서,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폭등했다.
마이크론은 수요 급감에 대비해 생산량 감소 외에도 공장과 장비 투자를 줄이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투자와 생산량을 줄이기로 발표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가 쇠퇴의 길을 걷기 전 인텔의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인수해 재고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운명을 삼성전자가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한국시간)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감산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경기침체 시기마다 지출을 줄이기보다는 반도체 업계의 사이클이 호황을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시장은 이번 침체기에는 삼성전자가 공급을 줄여 자사 주가를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주요 회사를 제외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침체를 버티기 위해 합병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키옥시아와 WDC는 합병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이 업계의 재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이미 함께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이 반드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HMC 투자 증권의 테크놀로지 리서치 부문장인 그렉 로는 중국의 리오프닝이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반전을 이끌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리오프닝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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