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아파트 가격 낙폭이 줄긴 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규제지역으로 남아 있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에 대한 추가 해제 여부는 물론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카드를 꺼내들지도 관심이다. 일부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은 매수 심리 회복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조속한 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서울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4월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한이 만료된다. 6월에는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에 대한 지정 만료일이 다가온다. 서울시는 통상 1년 단위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연장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인 토지를 매매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 30%에 상당하는 벌금형을 받는다.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전세를 낀 채 매매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지난달 29일 기준 서울 시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은 모두 100여 곳이며 서울시 전체 면적 605.24㎢ 중 9.7%인 58.42㎢에 이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했다.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단지 16곳에서는 지난해 32건이 거래돼 2021년(132건) 대비 75%나 줄어들었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도 2021년 385건에서 지난해 86건으로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여의도 A중개업소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수요자들이 매수를 망설인다"며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줘야 시장이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목동 신시가지 B중개업소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 2년 차인데 지정되기 이전과 비교하면 매매량이 눈에 띌 정도로 줄었다. 갭투자 수요가 전혀 들어오지 못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개인 재산권을 방해하는 허가제는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푸는 게 시장 흐름상 맞다. 투기나 시장 교란 가능성도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강남 한복판을 해제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어 낙폭 과대 지역만 선별해 푸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적 행태가 나타날 때 설정이 되는 것이지, 가격 하락 폭이 크거나 오래되면 유지될 명분이 사라진다"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일부 지역은 해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도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질적으로 토지에만 적용돼야 하는데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으로 주택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규제를 푸는 게 맞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둔 곳은 상징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 측에서 쉽게 해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각종 개발 이슈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재건축 단지 및 국제교류 복합지구 등과 연관된 주무 부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자치구와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무 부처·자치구 의견 수렴과 현장 모니터링을 종합해 만료 기간이 도래할 때쯤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해야 한다"며 "현재는 지정 구역 내 아파트 거래량이나 집값 변동률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다른 지역보다 많이 오른 지역이기 때문에 해제를 고려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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