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 수출 부진 여파로 국가대표 기업들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당분간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하반기 이후에나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과 전방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도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반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해소된 자동차와 친환경차 수요 확대로 수혜를 누리고 있는 이차전지 업종은 수출이 늘면서 실적이 추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형 컨테이너선·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호황을 맞은 조선 업종도 적자 기조 탈출을 노리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한 60억 달러에 그쳤다. 우리 기업의 수출 비중이 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 등 영향으로 급락한 탓이다.
메모리반도체 약세와 별개로 꾸준히 수출이 늘었던 시스템반도체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월 40억 달러를 웃돌던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29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도 곤두박칠쳤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들 기업의 어닝 쇼크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시황은)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 재고 소진 등 과정을 거쳐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출 부진의 늪에 빠진 반도체와 달리 자동차와 이차전지는 수출 호조에 따른 관련 기업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49억8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1월 수출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해소로 생산 차질이 완화되면서 구매 대기 기간이 줄어들고 친환경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수요 확대로 수출 단가가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최근 수년간 친환경차 라인업을 꾸준히 늘린 현대차·기아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차전지도 전기차용 수요가 늘면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이차전지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9.9% 증가했다. 올해도 이차전지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과 더불어 최근 신규 공장 가동을 늘리고 있는 SK온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장기간 적자에 시달렸던 조선업계는 선박 수출 확대가 본격화하면서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올 1월 선박 수출은 14억4000만 달러로 86.3% 증가했다. 특히 올해 수출 선박은 선가 상승이 시작된 2021년 수주 계약분으로, 선가지수가 전년 대비 22.8% 상승하며 업체들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중국 시장 부진과 수출단가 하락 등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올해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최근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가운데 현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회복 지연으로 우리 기업의 대중 수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정부는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월을 지나 계절적인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수출과 무역수지 지표가 개선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동민 실장은 "중국이 다시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상반기에 정부 내 유관기관들이 수출 지원 노력을 강화하면서 지원 예산을 조기에 투입해 수출 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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