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총 4차례에 걸쳐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2일 새벽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보폭을 바꿨다. 연준이 둔화된 물가상승률 등에 힘입어 가파른 통화긴축 움직임을 뒤로 하고 속도조절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3주 뒤인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국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과 5%대를 상회하며 고공행진 중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안정화 차원에서 사상 유례없이 총 두 차례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포함해 7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해왔다. 이를 통해 불과 1년 전 1.25% 수준이던 국내 기준금리는 어느덧 3.5%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한은 안팎에서는 최종금리 수준을 3.5~3.75%가량으로 점치고 있다. 현 기준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이미 정점에 이르렀거나 최소 한 차례 이상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있다.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 역전차를 감안해야 하는 국내 기준금리 특성 상 연준의 이번 결정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높았는데 이번 베이비스텝으로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1.25% 수준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에 더 주목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준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내비쳤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내 통화당국 수장들은 이날 "연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를 조절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실상 한은의 이달 통화정책방향에도 일부 숨통이 트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8일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화긴축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온 한은 금통위의 쉬어가기, 이른바 2월 기준금리 동결론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때문에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로 결론 내리더라도 중기적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이창용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을 경우 고통이 있어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와 역성장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만큼 기준금리를 둘러싼 한은의 고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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