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신축빌라나 나홀로아파트의 시세정보와 선순위 권리관계, 평균 경매낙찰가율 등 임차인이 필요한 정보가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미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임차인 지원을 위한 저리대출의 보증금 요건과 대출한도도 대폭 늘어난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가격이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사기가 발생해 임차인 재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전세보증금의 안전성이 훼손되면서 서민, 청년층의 주거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전세 거래질서의 투명성 확립과 제도 보안, 엄정한 수사로 전세사기를 발본색원 하는 동시에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대책은 전세사기 예방, 피해자 지원, 전세사기 단속 및 처벌강화 3가지에 방점이 찍혔다. 먼저 무자본 갭투자 근절을 위해 5월부터 전세금 반환보증 전세가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한다. 다만 건전한 전세계약은 보증이 공급되도록 서민임차인 보증료를 현행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고, 할인폭도 기존 50%에서 60%로 늘렸다.
보통 준공 전 전세계약을 맺는 신축 빌라의 경우 시세정보가 빈약해 전세사기의 타깃이 되기 쉽다. 국토교통부는 '안심전세앱'을 통한 시세정보 제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수도권을 시작으로 빌라, 소형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 경매낙찰률 정보 등이 임차인에게 제공되며, 올 7월부터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오피스텔까지 정보제공 범위가 확대된다. 임대인 보증사고 이력과 납세정보 등도 앞으로는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저리대출의 보증금을 기존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대출액 한도도 기존 1억6000만원에서 다음달부터 2억4000만원으로 확대된다.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도 5월 출시한다.
정부는 집값 담합 위주로 관리하던 시장 교란행위를 앞으로는 전세사기 의심거래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국토부, 검찰, 경찰 등 범부처 합동 특별단속을 통해 1941명의 전세사기범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 임대인, 전세사기 배후세력,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 분양대행업자 등 조직적인 전세사기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한편, 사안이 중할 경우에는 사기죄에 경합범 가중을 통해 법정 최고형인 15년형을 구형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전세가율 하향 조정을 통해 보증기관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임대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개선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역전세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가 나온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추 부총리는 "전세사기의 구조적 예방, 피해자 지원, 빈틈없는 수사와 처벌이라는 3가지 틀에서 전세사기 유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임차인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면서 "임차인의 주거안정은 민생의 버팀목인 만큼 이들의 불안을 끊어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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