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내부 규정에 따라 '후원회원' 자격으로 정기 납부받은 돈은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단법인 A와 사무총장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기부금품법 처벌 대상 제외 여부는 단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설립 목적과 운영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A법인 정관을 근거로 정기적으로 돈을 낸 회원을 후원자가 아닌 법인 소속원으로 판단했다.
B씨는 A법인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2013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모집된 기부금품을 법령이 정한 비율을 초과해 인건비·홍보비 등 모집 비용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기부금품 중 1억8000여 만원이 644회에 걸쳐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고 봤다.
기부금품법을 보면 모집된 기부금품은 15% 이내 범위에서만 기부금품 모집·관리·운영·사용·결과 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다.
대구 서구에 있는 A법인은 소외계층을 위한 자원봉사 활성화 사업, 독거노인·빈곤층을 위한 무료 급식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13년 4월 설립돼 같은 해 7월 기부 금품모집등록을 마쳤다. A법인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1‧2심은 A법인에 돈을 납부한 정회원·후원회원이 소속원 아닌 단순 후원자이므로 이들이 낸 회비는 기부금품이라고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B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A법인에 정기적으로 돈을 낸 회원들을 법인 소속원으로 보고, 이들 후원회비가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A법인 정관에서 '정기회원 신청서'나 '정기후원 신청서'를 제출해 금액을 납부한 사람들은 정회원이나 후원회원 같은 자격을 얻게 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인건비나 홍보비 지출 비용이 목적에 부합하고, 목적과 다른 용도로 지출한 금액은 0.337%에 그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엔 기부금품법상 기부금품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피고인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원심판결이 확정되면 정기후원금으로 운영하는 단체는 사실상 존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전국에 있는 비영리·공익단체 관계자들 우려가 컸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공익활동 활성화와 합리적인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법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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