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진제 폐지 부작용?..'김명수 코트' 퇴직 판사 442명, 양승태 시절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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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2-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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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기간 442명 법관 퇴직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13회 한국법률가대회'에서 축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기 중 마지막 고위법관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퇴직 법관 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가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판사가 재판을 열심히 할 이유를 잃어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퇴직한 법관은 381명이다. 여기에 올해 총 61명이 추가로 법복을 벗게 됐다. 지난달 27일 발표된 고위법관 인사에서 법원장, 고법 부장판사를 포함한 21명이 퇴직했고 오는 20일부로 40명이 퇴임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기간에 법관 442명이 법복을 벗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 임기는 오는 9월까지며 남은 임기 동안 퇴직 법관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퇴직 법관 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과 비교하면 약 15% 늘었다. 양 전 대법원장(2011~2017년) 시절에는 판사 384명이 법원을 떠났다.

퇴직 판사가 증가하는 주된 배경으로는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가 손꼽힌다. 과거 고법 부장판사는 대법관을 제외하고 판사가 오를 수 있는 정점으로 인식돼 ‘법관의 꽃’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승진 개념이 사법부 내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고법 부장판사 제도를 폐지했다. 실제로 2018년 이후 관련 승진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 수당도 없는 상황에서 승진까지 사라지면서 판사들은 과거 선배들처럼 밤샘 근무나 주말에도 일할 이유나 명분이 사라졌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A부장판사는 "근로 욕구는 조직이 승진·해고·연봉 등 크게 세 가지를 운용하며 상승하는데 판사는 해고가 법적으로 가능하고 연봉도 (변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며 "이제 승진마저 없으니 재판할 욕구가 생길 리 없다"고 지적했다.
 
재경 법원 B판사는 "직업 특성상 일반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상당히 제한돼 있어 사회에서 인정받지도 못한다"며 "제도나 시대 상황상 판사 생활을 이어갈 실익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으로 확대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퇴직 러시에 한몫했다. 과거에는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방식으로 실력과 인품 등 평가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일선 판사들이 직접 법원장을 뽑는다. 외형적으로는 민주적 선출 방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적 편향 인사를 고착화시키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소재 법원 C판사는 "판사들이 열심히 일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사라진 게 크다"며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등에 따른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사실상 승진이 가능한 장치나 제도를 법원 내에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출신인 이성보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어떤 조직도 승진 등 동기 부여가 없이는 생기가 돌거나 잘 작동하기 어려운 것인데, 지금 그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승진제 폐지와 법원장 추천제 같은 판사 인사는 점점 조직을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다시 원상 복구하려면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을 것이고 조직 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인사 평가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재판 잘하는 판사, 실력 좋은 판사, 열심히 하는 판사 등을 가리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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