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수익 정점을 찍었다. 실손보험 과잉 이용량이 줄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보업계는 올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사람들 이동량이 증가해 손해율이 오르고 수익성이 하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중소 보험사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 당기순이익은 1조28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1247억원) 대비 14.1% 늘어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DB손해보험도 지난해 역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전년 대비 14.2% 증가한 99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32.8%, 84.8% 증가한 5746억원, 5577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전년 대비 30.9% 성장한 8683억원으로 단순 순익 면에서 업계 3위에 오르며 입지가 강화됐다.
보험권은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이동 제한이 이뤄지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흐름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 폭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재보험을 활용해 관리가 가능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드는 보험'으로 각자 보유하고 있는 원수보험 계약에 대한 손실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드는 보험이다.
아울러 의료 이용량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세도 추가 호재로 작용했다. 최근 금융당국과 보험협회는 특별신고제 등 백내장 시술을 포함한 실손보험 비급여 과잉 진료 단속에 나섰다. 현재 각사별 사업부문 손해율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관리로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화재는 1.9%포인트, 현대해상은 2.9%포인트, DB손보는 2.6%포인트 등 장기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바 있다.
다만 손보업계는 올해 이후 사업부문별 손해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유가 하락 등으로 차량 등을 이용한 이동량이 늘면서 사고율이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정비요금 인상, 이달 말 자동차 보험료 2.0∼2.9% 인하 등도 손해율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코로나19 반사이익 소멸, 자동차보험료 인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인한 자산 부실화 가능성 확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감소 등과 같이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시기에 중소형사 수익성이 대형사 대비 더욱 악화된다. 상대적으로 중소형사는 변동성이 크고 이익 조정 여력이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형사가 이익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회사별 특성에 부합하는 이익 관리 역량 강화 외에도 독립적이고 엄격한 가정관리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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