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최근 법원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 압수수색 영장을 내주기 전 '대면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 법관은 '서면 심리'를 통해 요건을 검토하고 발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면 심리가 가능해지면 수사기관으로서도 법관에게 수사의 필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대면 심리 자체가 임의적인 절차로, 일부 복잡한 사안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수사 밀행성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는 "서면에 의한 심사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자 입맛대로 각도대로 서면을 작성하고 그대로 보이는 경우가 많고 별건을 위한 압수수색일 가능성도 있다"며 "국민의 인격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할 수 있는데 압수수색 필요성이 있는지, 당해 범죄 사실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는 압수수색 대상물인지 등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공개되고 사건 관계인들에 대한 심문 절차가 진행되면 수사 기밀 유출과 증거 인멸 등 밀행성을 해치게 되고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사전에 어떤 협의나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대법원 규칙 개정을 언론을 통해 처음 접하게 돼 유감"이라며 관계 기관인 대검을 대상으로 아무런 사전 의견 수렴이나 협의 과정 없이 규칙 개정 절차를 진행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도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형사절차를 반드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률이 아닌 대법원 규칙으로 압수수색영장 심문권을 법원에 부여하는 것은 헌법상 원칙인 '형사절차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관련 임의적 법관 대면 심리 제도는 미국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절차다. 미국은 보통 현재 우리나라 방식과 유사하게 서면 기록물을 보고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다만, '의문이 있는 경우' 실무상 판사가 검사나 수사관을 불러 심리를 거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판사는 검사와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이에 따라 검사가 관련된 부분을 판사 의견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면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검사는 "(압수수색영장 발부 때 미국과 유사하게 사전 대면 심문을 통해) 법원이 수사 단계에 개입하는 것은 3권 분립 원칙, 소추와 심판의 분리라는 근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반할 수 있고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수사기관에 전속하는 것이며 수사 방법을 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사전 대면 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현재와 같이 법원이 당해 사건의 재판에서 취득한 증거에 대해 범죄 관련성, 별건 수사 여부 등을 사후적으로 판단해 사법적 통제를 가하는 것이 우리 형소법 이념에 더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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