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전날 문제의 50억원에 대해 “(아들인) 곽병채의 연령, 경력, 건강상태, 화천대유에서의 직급과 업무와 성과급 액수 등에 비춰 금액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성과급이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다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성과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당시 6년차 대리급 직원에 불과했던 병채씨가 거액을 받은 것은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사업 관련 하나은행 등 금융권에 청탁을 한 대가라고 봤다.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맡은 곽 전 의원이 학연을 고리로 하나은행 측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 남도록 청탁을 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례적인 돈거래임은 분명하지만, 곽 의원의 금액 수수나 직무 대가성 여부 등이 모두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뇌물죄에서 직무 대가성 입증은 굉장히 어렵다. 결국 대가성에 대한 입증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김만배 등에 대한 추상적 혐의만 있어 실제 50억원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가였냐는 특정 자체가 힘들다”면서 “기본적인 대가성 입증이 안 된 상태에서는 제3자 뇌물죄 적용 등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대가성과 관련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검찰이 마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STX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아들 회사에 7억7000만원을 후원한 데 대해 법원은 정 전 총장에 대한 제3자 뇌물죄를 인정한 바가 있다. 아들 정씨의 회사가 사실상 정 전 총장이 설립한 가족회사였다는 것이 입증된 점이 유죄 인정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검찰이 뇌물죄와 함께 예비적 공소사실(주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을 적용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가성 입증에 대한 준비와 함께 뇌물죄에 있어서 아들에 대한 공모나 제3자 뇌물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검토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위반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정 퇴직금은 아니고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인데 액수는 이례적이지만 세금을 내고 증여를 하겠다면 이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뇌물죄에서 대가성이라는 연결고리를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운 만큼 청탁금지법과 같이 뇌물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추가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제3자 뇌물 수수나 아니면 청탁금지법으로도 기소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든 금품 수수를 처벌하기 위해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인데, 이와 유사한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법의 사각지대를 더욱 메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직무 대가성 입증에 초점을 두고,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과 관련자 진술 등의 증거 보강을 통해 적극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은 증거 보강에 따라 항소심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변동성이 높은 사건으로 보인다. 검찰이 녹취록이 있다고 해서 너무 안일하게 대응을 하다 불의타를 맞은 셈”이라면서 “이미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나온 것이고 ‘절차적 진실(실체적 진실과 달리 당사자 간 인위적 진실로 주장되는 사실)’의 부분에서 확실한 입증이 이뤄진다면 변동 가능성도 충분하다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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