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금리인상기 속 순이자이익 확보를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일제히 상향시켰다. 4대 금융 가운데서는 KB금융이 가장 높은 33%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나타냈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30%로 그 뒤를 이었다. 27%의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한 하나금융은 향후 50% 수준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4대 금융 가운데 KB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1년 전과 비교해 7.0%포인트 상승했다. 현금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의 경우 전년도와 동일한 26.0%를 유지했으나 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식으로 7%포인트를 추가한 것으로 이는 역대 은행권 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꼽힌다. KB금융의 배당금은 주당 2950원으로 전년(주당 2940원) 대비 10원 늘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총주주환원율 역시 각각 전년 대비 4%포인트, 4.6%포인트 상향됐다. 신한금융의 경우 배당 성향이 26.0%에서 22.8%로 내려섰지만, 올해 반기마다 1500억원씩 자사주 취득·소각을 결정했다. 배당금은 주당 2065원으로, 전년(주당 1960원)보다 105원 늘었다. 특히 신한금융은 올해까지 분기별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우리금융도 배당 성향을 매년 3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배당 성향은 전년 대비 0.7%포인트 올라선 26%로, 주당 1130원(중간배당 150원 포함)을 배당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첫 분기 배당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주주친화정책에 나설 수 있던 배경에는 역대급 실적 영향이 컸다. 2022년 한 해 동안 4대 금융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5조850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였던 16조원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으나 1년 전(14조5429억원)과 비교해 1조3077억원(8.99%)이 늘었다. 특히 순이자이익으로만 보면 △KB금융 11조3814억원 △신한금융 10조6757억원 △하나금융 8조9198억원 △우리금융 8조6966억원 등을 기록해 전체 39조6735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호실적이 이자 장사에 집중돼 있다는 측면에서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자이익은 약 40조원에 달했으나, 비이자이익 부문에서는 KB금융(-8.4%)뿐 아니라 신한금융(-30.4%), 우리금융(-15.4%), 하나금융(-6.38%) 등 4대 금융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상 최대 실적 배경에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이 가중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주주환원 대신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금감원 업무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은행이) 과점 형태로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특권적 지위가 부여되는 측면이 있는 데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실물경제에 자금지원 기능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역할이 있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보다는 경제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라면서 "이게 해결되면 배당은 부차적인 문제로 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 위기가 도래하는 가운데 이런 위기에 앞서 손실흡수능력을 갖추고 배당하자는 것이 당국의 견해였다"면서 "이번 금융지주 실적 발표는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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